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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일 감독과 재회→자신감, 실력 일취월장→국가대표팀까지 승선. 제주 GK 김동준의 성공적인 '인생 빌드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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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이 있다. 남보다 빠른가, 늦는가보다 '어디를 향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방향으로만 '빌드 업'을 꾸리다 보면, 언젠가 목표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 K리그1 제주 유나이티드 수문장 김동준(28)의 행보가 딱 그렇다.

김동준은 한때 'K리그 2부 최고의 골키퍼'로 불렸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몸 담았던 성남FC 시절의 일이다. 당시 김동준을 '최고의 골키퍼'라고 극찬했던 인물이 바로 현재 소속팀 제주를 이끄는 남기일 감독이다. 김동준이 프로 2년차인 2017년 성남에 부임한 남 감독은 김동준에게 '무한 신뢰'를 보냈다. 김동준 역시 남 감독과 함께 성남의 K리그1 승격을 일궈내며 주가를 높였다. 당시 김동준은 데뷔 2년차인 2017년 총 36경기에 출전해 14번의 클린시트와 0점대 실점률(0.81)을 기록하며 남 감독의 칭찬이 '빈말'이 아니라는 걸 입증했다.

하지만 남 감독이 팀을 떠나고, 2020시즌 김동준은 K리그2 대전 하나시티즌으로 이적하며 침체기를 만났다.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리그 5경기 출전에 그치며 명성을 유지하지 못했다. 열심히 재활에 매달린 김동준은 지난해 27경기에 출전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리고 성남에서 김동준을 아꼈던 남 감독과 올해 제주에서 재회했다.

돌고 돌아 3년 만에 남 감독과 재회하면서 김동준은 빠르게 옛 명성을 되찾아가고 있다. 개막전부터 주전 골키퍼로 나서며 빼어난 반사신경과 특유의 '빌드업 능력'을 앞세워 남기일 축구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현재 김동준은 전 경기(5경기)에 선발 출전해 페널티킥으로 단 1점만 허용하고 있다. 포항 스틸러스와의 개막전에서 임상협에게 내줬다. 이때도 임상협의 첫 번째 킥을 역모션 상태에서도 막아내는 괴력을 선보였다. 비록, 키커보다 먼저 움직였다는 판정으로 다시 킥이 이뤄지며 실점했지만, 빼어난 반사신경을 입증하기에는 충분했다.

이렇게 남 감독과 재회하며 자신감을 회복하고 예전의 실력을 빠르게 되찾은 김동준은 급기야 생애 첫 A매치 출전을 앞두고 있다. 그의 시즌 활약을 눈여겨 본 파울루 벤투 국가대표팀 감독은 14일 발표된 2022 카타르월드텁 아시아최종예선 이란-UAE전 소집 명단에 김동준을 포함시켰다. 2018년 1월 터키 전지훈련 이후 4년 만에 다시 대표팀에 발탁된 것이다.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거쳤지만, 아직 성인대표팀에서 A매치에 나선 적이 없기 때문에 누구보다 이번 발탁에 대해 감격하고 있다.

김동준은 "제주라는 좋은 팀에 입단해서 정말 좋았다. 게다가 팀의 상승세와 함께 국가대표팀 발탁이라는 좋은 선물까지 받을 수 있어서 더욱 기쁘다. 대표팀에서도 신뢰를 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다시 한번 제주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며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그의 '축구인생 빌드업'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