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한국 축구 A대표팀 사령탑 파울루 벤투 감독(53)에 대한 대표적인 이미지는 '완고함'이다.
보수적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변화에 인색한 타입이다. 한국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포르투갈 대표팀 시절에도 그랬고, 이후 클럽팀을 맡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벤투 감독은 바깥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리든, 자신이 정해놓은 길을 따라 걷는 스타일이다. 벤투 감독은 인터뷰 때마다 "우리 스타일 대로 할 것"이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그래서 벤투 감독을 비판하는 이들은 '플랜A 밖에 없다' '쓰던 선수들만 쓴다' 등 부정적 평가를 내린다.
하지만 최종예선 들어 기류가 바뀌었다. 고비 때마다 적절한 변화로 팀을 업그레이드했다. 이번 이란전(2대0 승)이 대표적이었다. '핵심 미드필더' 황인범(루빈 카잔)이 부상으로 일찌감치 명단에 제외된 가운데, 유력 대체자였던 김진규 백승호(이상 전북 현대)마저 코로나19로 빠졌다. 벤투 감독은 이재성(마인츠)을 축으로 한 4-1-4-1 전술로 황인범의 공백을 멋지게 메웠다. 이재성은 중앙에서 권창훈(김천상무) 정우영(알사드)과 호흡을 맞추며, 능동적인 벤투식 축구를 완벽히 구현해 냈다. 후반 막판에는 수비를 강화하기 위해 권경원(감바 오사카)을 투입, 스리백으로 전환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에이스'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턴)이 부상으로 빠진 레바논(1대0 승), 시리아(2대0 승)와의 7, 8차전에서는 투톱 카드를 꺼냈다. 4-2-3-1, 4-3-3, 4-1-4-1 등 원톱 시스템을 즐겨쓰던 벤투 감독은 '핵심 날개' 손흥민 황희찬의 공백을 조규성(김천상무)을 극대화한 투톱 전술로 해결했다. 벤투호는 터키 전지훈련부터 레바논-시리아 원정 2연전까지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4-4-2 전형이라는 새로운 옵션을 완성해냈다.
물론 핵심은 플랜A다. 벤투 감독은 어떤 변화 속에서도 자신의 스타일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최종예선 내내 능동적이고, 지배하며, 점유하는 축구가 이어졌다. 4-2-3-1, 4-4-2 등 전술이 어떻게 달라지든 상관없었다. 손흥민 황희찬 황의조 황인범 등 핵심 자원들이 빠져도 상관없었다. 그라운드에서는 우리가 알던 벤투식 축구가 펼쳐졌다. 그 사이에 조규성 김진규 등과 같은 새로운 얼굴들이 가세하며 팀은 더욱 두터워졌다. 여기에 결과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2018년 8월 태극호 지휘봉을 잡은 벤투 감독은 그동안 한국의 FIFA랭킹을 57위(2018년 8월)에서 29위(2022년 2월)로 무려 28계단을 끌어올렸다. 최종예선 무패행진은 벤투 감독의 뚝심과 철저한 계획이 만들어낸 결실이다.
플랜A만 있는 것이 아니다. 플랜B, 플랜C까지 강하다. 그래서 더 강해진 벤투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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