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최종예선이다. 벤투호는 완벽한 경기력으로 손쉽게 카타르행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핵심 공격수' 황의조(보르도)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황의조는 24일 이란과의 9차전에 선발 출전했지만, 득점에 실패했다. 후반 22분 조규성(김천상무)과 교체아웃될 때까지 단 2개의 슈팅을 때리는데 그쳤다. 황의조는 이번 최종예선 들어 단 한골도 넣지 못하고 있다. 소속팀 보르도에서 올 시즌 10골을 기록하며 팀내 최다득점자로 이름을 올릴 정도로 날선 득점 감각을 과시하고 있지만, 대표팀에서는 부진한 모습이다. 2021년 6월5일 투르크메니스탄과의 2차예선(5대0 승)에서 멀티골을 쏘아올린 후 8경기째 득점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눈여겨 볼 것은 '캡틴' 손흥민(토트넘)과의 상관관계다. 손흥민은 이번 최종예선에서 4골을 넣으며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전까지 손흥민은 '대표팀 유니폼만 입으면 작아진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토트넘에서 보여준 득점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벤투호 출범 후 손흥민은 최종예선 이전까지 21경기 4골에 그쳤다. 반면 황의조는 최종예선이 펼쳐지기 전 25경기에서 13골을 넣었다. 벤투호의 황태자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최종예선 들어서는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황의조가 침묵하자 손흥민이 살아났다.
달라진 손흥민 활용법이 원인이 될 수 있겠다. 손흥민은 벤투호가 출항하며 조력자로서 역할에 충실했다. 플레이메이커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이며, 득점 보다 도움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최종예선에서는 마무리에 조금 더 집중했다. 시리아와의 3차전부터 많은 슈팅을 때렸다. 손흥민에 슈팅이 집중되자, 황의조의 역할이 애매해졌다. 이라크(0대0 무)와의 1차전에서 슈팅 1개에 그친 손흥민은 이후 치른 5경기에서 25개의 슈팅을 날렸다. 황의조는 7경기에 나섰지만, 11개의 슈팅을 때리는데 그쳤다. 황의조가 움직임이 좋기는 하지만, 연계에 특화된 선수는 아니다. 직접 마무리를 해야하는데, 이 기회가 잘 오지 않는 모습이다. 물론 2020년 도쿄올림픽 와일드카드 차출 등 쉴틈없는 강행군으로 체력적인 어려움도 있기는 하지만, 지금 전술상 움직임으로는 황의조가 빛나기 어렵다. 오히려 2선을 살려주는 움직임을 하는 조규성이 뛸 때 더욱 공격이 더 잘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손흥민 만큼이나 황의조의 활약이 중요하다. 황의조는 손흥민 황희찬(울버햄턴)과 함께 한국이 자랑하는 최고의 무기다. 황의조까지 터져야 상대에게 더욱 위협을 줄 수 있다. 공교롭게도 벤투호가 치른 42경기에서 손흥민-황의조가 동시에 득점에 성공한 경기는 단 한 경기도 없다. 과연 벤투 감독은 이들의 공존을 위한 어떤 해법을 찾아낼지, 아랍에미리트전의 숨은 포인트다. 손흥민과 황의조의 공존은 본선 성적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