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10라운드에 뽑힌 선수가 4년째 아직 프로에서 버티고 있다. 재능만큼은 구단도 인정한 거다."
2차 10라운드. KBO 10개 구단의 신인 드래프트 마지막 순위다. 팬들의 관심이 드래프트 방송에서 멀어진 시점, 선수와 가족들이 마지막까지 남은 희망을 붙잡고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명순위는 입단 전까지의 평가일 뿐이다. 일단 유니폼을 입고 나면 평행선에서 출발한다. 코칭스태프의 눈은 지명순위에 가려진 숨겨진 재능을 꿰뚫어보기 때문이다. 스카우트들이 흙속의 진주를 찾아 1년 내내 동분서주하는 이유다.
2010년 이후 가장 돋보인 10라운드 선수는 김호령(KIA 타이거즈)이다. 2015년 2차 10라운드로 KIA 유니폼을 입었고, 3년간 주전 중견수로 활약했다. 빠른발과 타구 판단 능력을 활용한 수비 범위와 온몸을 던지는 투혼만큼은 1류로 호평받는 선수다.
김호령 외에도 김호은 문성주 한선태(이상 LG 트윈스) 권민석 안권수(이상 두산 베어스) 김진욱(한화 이글스) 등이 자신의 재능을 뽐내며 꾸준히 1군 한자리를 노크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에는 2019년 2차 10라운드(전체 98순위)로 뽑힌 신용수가 있다.
포지션에 얽힌 우여곡절이 많은 선수다. 중학교 때까지는 투수와 포수를 했고, 고등학교 때는 장타력을 갖춘 내야수로 변신했다. 한차례 드래프트에 낙방한 뒤 대학교에 진학한 뒤에도 부상을 겪었다. 어렵사리 롯데 유니폼을 입었지만, 2020년부터 외야수로 전향했다.
이해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3할3푼3리(258타수 86안타)로 맹활약한 결과 2021년에는 1군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마침 민병헌이 빠진 중견수 자리를 두고 경쟁이 펼쳐진 상황. 신용수는 71경기 136타석에 출전, 타율 2할6푼1리 OPS(출루율+장타율) 0.697을 기록하며 김재유 추재현과 중견수 자리를 삼분했다. 특히 왼손 투수 상대로 타율 4할1푼7리를 기록하며 저격수 역할을 충실히 했다.
올해 중견수는 새로운 외국인 선수 DJ 피터스의 차지다. 신용수는 추재현 고승민 김재유 조세진 등과 함께 코너 외야 한자리를 두고 다투는 입장이다.
이번 시범경기에서는 타율 4할(15타수 6안타) 5타점으로 활약하는가 하면, 내야수로도 교체 투입되며 내외야 멀티 기능까지 과시했다. 1군에서 살아남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