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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호랑이 정기 받아…" 꿈의 타이거즈 유니폼 입고 새출발, 호남 듀오의 다짐[광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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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무등산 호랑이 정기를 받은 팀 아닌가(웃음)."

10일 광주 챔피언스필드. 검붉은색 훈련복을 입고 그라운드를 밟은 투수 김정빈(28)과 내야수 임석진(25)은 연신 미소를 지었다.

하루 전까지 SSG 랜더스 퓨처스(2군)팀에 머물고 있던 김정빈과 임석진은 포수 김민식(33)과 트레이드 됐다. 두 선수 모두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팀을 옮기게 된 만큼, 기대와 걱정이 교차할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광주에 모습을 드러낸 두 선수는 연신 밝은 미소와 웃음을 띄면서 새 팀에서의 첫 날을 보냈다.

두 선수에게 타이거즈는 낯설지 않은 팀. 김정빈은 광주화정초-무등중-화순고를 거쳤고, 임석진은 2012년까지 KIA의 제2 홈 구장으로 위치했던 군산 출신 선수다. 두 선수 모두 어린 시절 타이거즈를 바라보며 프로 선수의 꿈을 키웠다. 김정빈은 "트레이드 소식을 듣고 긴장 반, 설렘 반이었다. 고향 팀이라 그런지 정이 간다. 타이거즈는 무등산 호랑이 정기를 받은 팀 아닌가(웃음). 어릴 때 무등경기장을 바라보며 '타이거즈에서 뛰고 싶다'는 마음을 갖기도 해 내심 좋은 기분이 든다"고 미소 지었다. 임석진도 "초등생 시절 타이거즈의 군산 경기를 보면서 '야구 정말 잘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기억 속에 KIA는 명문팀, 강팀 이미지"라고 말했다.

KIA가 '우승 포수' 김민식을 내주면서 두 선수를 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김정빈은 KIA의 부족한 좌완 불펜 요원 문제를 해결해 줄 선수로 꼽힌다. 2020년 SK 와이번스(현 SSG)에서 최고 구속 148㎞ 직구와 다채로운 변화구를 섞어 57경기 47⅓이닝에서 1승1패1세이브10홀드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 선발 전환 실패로 부침을 겪긴 했으나, 2년 전의 면모를 되살린다면 이준영(30), 최지민(19)과 더불어 KIA 불펜에 다양성을 더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임석진은 고교 시절 뛰어난 타격 재능을 인정 받아 2016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로 SK에 지명된 바 있다. 타격 재능을 잘 살린다면 코너 내야수로 활용도가 있다는 게 KIA의 판단이다. KIA 김종국 감독은 "김정빈은 2020년 당시 투구 모습이 좋았다. 직구에 힘이 있고 변화구도 훌륭했다. 1군에 등록된다면 불펜 역할을 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석진을 두고도 "오늘 훈련 장면을 지켜보니 1, 3루 수비를 안정감 있게 하더라. 장타 툴도 갖춘 선수"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정빈은 "비시즌 기간 지난 시즌을 복기하면서 어쩌면 성공한 시즌이라는 생각도 들더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게 됐고, 멘탈 면에서도 더 좋아진 것 같다. 그 순간엔 힘들었지만, 그만큼 동기부여도 됐다"며 "(KIA에선) 불펜에서 제 몫을 해야 한다. 주어진 기회에서 최선을 다 하겠다. 1이닝씩 잘 막을 자신이 있다"고 했다. 이어 "김광현, 추신수에 이어 양현종 선배까지 세 명의 메이저리거를 만나게 됐다. '나는 운 좋은 선수구나'라는 생각도 든다"며 "주변 지인들로부터 여러 조언과 응원을 받은 만큼,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임석진도 "팀이 내게 기대하는 건 장타 아닐까 싶다. 경기 후반 타점을 올리거나, 실투를 놓치지 않고 타구를 멀리 보내는 모습일 것"이라며 "이범호 코치님처럼 만루 홈런도 많이 치고, 수비도 잘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임석진은 이날 KT전을 앞두고 곧바로 1군 엔트리에 등록됐고, 최근 퓨처스 등판에서 담 증세를 보인 김정빈은 조정 기간을 갖기로 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