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제게는 매 경기가 한국시리즈입니다."
간절함이 느껴진 한 마디였다. 결정적인 순간 삼진을 잡고, 왜 그렇게 크게 환호하는지 알 수 있는 코멘트였다.
SSG 랜더스의 베테랑 불펜 고효준. 한국 나이로 40세인데, 이번 시즌 완전히 회춘했다. 지난해 LG 트윈스에서 방출이 됐는데, 도대체 이 선수를 왜 방출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활약이다.
10경기 출전 5홀드. 평균자책점이 0.00이다. 연봉 4000만원을 받는 선수임을 감안하면, 벌써 연봉값을 다하고도 남았다. 핵심 좌완 불펜 김태훈이 2군에 갔을 때, 그 공백이 클 뻔 했는데 고효준의 등장으로 문제가 말끔히 해소됐다.
고효준은 "올시즌 내 페이스, 나도 놀랍다고 생각한다. 물론 운도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고효준은 이어 "평균자책점은 생각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점수를 주지 않겠나. 대신 무조건 한 타자, 한 타자 막는다는 생각 뿐"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고효준은 원래 과묵한 선수로 유명했다. 마운드에서도 감정 표현이 없었다. 그런데 올시즌에는 결정적인 아웃 카운트를 잡으면 마치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이라도 한 듯 열정적인 세리머니를 보여주고 있다. 고효준은 이에 대해 "매 경기 마지막이라는 생각이다.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걸 그 경기에서 보여주고 싶다. 내게는 매 경기가 한국시리즈다. 그래서 그런 감정 표현이 나오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고효준은 올해가 프로 21년차다. 최근 2번 방출의 아픔을 딛고 선수 생활 황혼기를 불태우고 있다. 고효준은 "나이가 들었다고 안된다는 편견을 깨고 싶다"고 말하며 "일단 20년을 넘게 야구를 했으니, 프로 선수로서 큰 목표를 이뤘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나아가고 싶다. 투수로서 아무도 기록하지 못한 것에 대한 도전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역대 KBO리그 선수 중 현재 SSG 감독인 김원형을 포함해 송진우, 류택현 등이 투수로 21년을 뛴 선수들이다. 고효준이 내년 시즌까지 뛴다면 세 사람의 경력을 넘어설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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