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이미 잊었다. 다 털어냈다. 위닝 시리즈만 기억하겠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유쾌함이 선수들의 분발을 이끌어낸 걸까. 한화 이글스가 찬스를 놓치지 않는 끈질긴 공격으로 승리를 따냈다.
한화 이글스는 27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치열한 투수전 끝에 2대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한화는 전날 두산 베어스에 당한 21점차(3대24) 충격적인 패배를 말끔히 잊고 기분좋은 분위기 반전을 이뤄냈다.
경기전 만난 수베로 감독은 '어제 참 힘든 경기를 하셨다'는 말에 "무슨 게임을 말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이미 잊어버린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이어 "두산과의 시리즈는 우리가 그동안 바라왔던 그런 야구들을 조금이나마 보여줬다. 위닝시리즈로만 기억할 것"이라며 새로운 각오를 되새겼다.
한화와 KT 공히 외국인 선수로 골머리를 앓았다. KT가 먼저 칼을 뽑았다. 윌리엄 쿠에바스 대신 웨스 벤자민, 헨리 라모스 대신 앤서니 알포드의 영입을 확정지었다. 오는 6월 중순 선수단에 합류할 예정.
한화 역시 두 명의 외인 투수가 모두 부상에 시달리는 상황. 킹험의 복귀는 아직 요원하고, 지난 25일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렀던 카펜터는 이날 아침 또다시 팔꿈치 통증을 호소해 1군에서 말소됐다. 수베로 감독도 고개를 내저으며 "이제 팀에 필요한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는 말로 교체를 암시했다.
양팀 선발의 눈부신 투수전이 펼쳐졌다. KT 배제성은 7이닝 4안타 2실점(비자책)으로 쾌투하며 6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달성했다. 한화 장민재도 5이닝 동안 이렇다할 위기 없이 4안타 무실점으로 쾌투했다.
하지만 KT 야수들이 공격 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도와주지 못했다. 4회초 정은원의 2루 땅볼 때 큰형님 박경수가 실책을 저질렀고, 이어 폭투까지 나왔다. 한화 노시환과 하주석이 잇따라 우익수 뜬공을 치며 안타 하나 없이 선취점을 내줬다.
6회에도 안타 하나 없이 추가점을 내줬다. 선두타자 터크먼이 볼넷으로 출루했고, 또다시 폭투로 2루를 밟았다. 1사 후 2루 견제 때 유격수 심우준이 공을 빠뜨렸고, 정은원이 1루 강습 땅볼을 때려 터크먼을 불러들였다.
2점을 앞서가면서도 불안했던 마음은 이진영이 아득히 날려보냈다. 한화의 새로운 우타 거포로 등극한 이진영은 8회초 KT의 바뀐 투수 류희운의 초구 145㎞ 직구를 통타,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20m 홈런을 쏘아올렸다. 5월 12일 데뷔 첫 홈런을 때린 이래 보름 사이 6개다.
한화는 6회 김종수, 7회 김범수, 8회 강재민을 잇따라 투입하며 KT 타선을 꽁꽁 묶었다. 세이브 상황이 아니었지만, 9회 마운드에 오른 마무리 장시환은 KT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이번주 3승째를 견인했다.
수원=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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