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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美서 '오겜'→BTS 난리"…韓최초 '스타워즈' 합류 정정훈 촬영감독이 밝힌 'K-콘텐츠' 위상(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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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한국계 최초로 '스타워즈' 시리즈에 참여한 정정훈(52) 촬영감독. 높아진 K-콘텐츠의 위상을 할리우드 중심에서 온몸으로 체험하며 인생 최고의 황금기를 맞이했다.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오비완 케노비'(데보라 초우 연출)의 촬영 키스탭으로 참여하게 된 정정훈 촬영감독. 그가 14일 오전 스포츠조선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오비완 케노비'에 참여하게 된 과정부터 높아진 'K-콘텐츠'의 관심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오비완 케노비'는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몰락 이후, 은둔의 삶을 살고 있던 오비완 케노비(이완 맥그리거)가 어떠한 이유로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는지 그리고 잔혹한 제다이 사냥꾼들을 피해 펼쳐지는 스펙터클한 스토리를 그린 작품이다. 전 세계적인 팬덤을 형성하며 사랑받은 최고의 '스타워즈' 시리즈 속 전설적인 캐릭터 오비완 케노비의 귀환으로 화제를 모은 '오비완 케노비'는 기존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볼거리부터 새로운 팬들의 시각을 압도할 황홀한 비주얼을 가득 담은 시리즈로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스타워즈'만의 압도적인 액션 시퀀스와 오리지널리티를 다시 경험하게 하는 광선검 액션, 경이로운 세계관, 혁신적인 비주얼로 단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 풍성한 시각적 즐거움을 전한 '오비완 케노비'는 공개 첫 주말 기준 글로벌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디즈니+ 오리지널 작품으로 등극했다.

이러한 '오비완 케노비'의 호평에는 감각적인 영상미로 눈을 즐겁게 만든 정정훈 촬영감독의 노력이 깃들여져 있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인 정정훈 촬영감독은 영화 '올드보이'(03, 박찬욱 감독)를 시작으로 '친절한 금자씨'(05, 박찬욱 감독) '박쥐'(09, 박찬욱 감독) '신세계'(13, 박훈정 감독) '아가씨'(16, 박찬욱 감독) 등 국내 대표 명작에 참여하며 독보적인 시퀀스 연출과 완벽한 미장센을 담아내는 영상미로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박찬욱 감독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인 '스토커'(13)를 발판으로 '좀비랜드: 더블 탭'(19, 루벤 플레셔 감독) '라스트 나잇 인 소호'(21, 에드가 라이트 감독) '언차티드'(22, 루벤 플레셔 감독) 등 할리우드 작품에 연이어 참여하며 입지를 굳혔고 '오비완 케노비'를 통해 '스타워즈' 시리즈 최초 한국계 촬영 키스탭으로 참여해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이날 정정훈 촬영감독은 "영화 학교에 다닐 때부터 교과서처럼 공부했던 '스타워즈' 시리즈를 참여하게 돼 굉장히 좋았다. 새로운 기술의 최전방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굉장히 설레였다. 실제로 '오비완 케노비'를 통해 얻는 것도 많았던 작업이었다. 다만 '한국인 최초'라는 타이틀은 부담스럽다. 영화하는 사람은 국경이 없다. 특이하고 희한한 경험을 많이 했다"며 "사실 나는 '스타워즈'의 광적인 팬은 아니었다. 학교를 통해 딱딱한 과정을 배웠을 뿐이다. 그런데 이번 작품을 통해 '스타워즈' 팬이 됐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오비완 캐릭터에 관심이 많아졌고 애정을 가지기도 했다. 이번 '오비완 케노비'에 대해 제안이 들어왔을 때 망설임이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스타워즈'를 공부하는 입장이 아닌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상황이 된 것 같다"고 소회를 전했다.

'스타워즈' 제작진이 정정훈 촬영감독을 선택하는 과정도 특별했다. 정정훈 촬영감독은 "'스타워즈' 제작진은 시리즈에 얽매이지 않길 바랐던 것 같다. 사실 그동안 '스타워즈' 시리즈는 암묵적인 룰이 있었는데 그걸 벗어나 드라마 위주의 자연스러움을 표현하고 싶어 나를 고용한 것 같다. 다만 우리가 전부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스타워즈' 틀에 벗어나지 않아야 하는 부분은 의상과 배경이 있었다. 그런 것은 되도록 전편의 룩을 해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자연스러우면서 의상, 배경은 고전 느낌의 고증을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오비완 케노비'는 배경 자체가 우주이지만 현실과 매치되는 이야기가 많다. 여기에 우주 배경의 한계를 많이 없애려고 했다. '스타워즈' 팬 중 일부는 '스타워즈' 같지 않다고도 하고 또 새롭다는 평도 있었다. '스타워즈' 제작진도 '만달로리안' 시리즈 이후 스튜디오 안이 아닌 실제 배경에서 촬영하려는 노력이 많아졌다. 앞서가는 기술이 많아 그 안에 한계도 느껴지고 실제처럼 느껴지지 않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이러한 오차를 줄이기 위해 스스로 테스트를 많이 하고 신경을 많이 쓰려고 했다"고 노력을 밝혔다.

할리우드 중심에서 한국계 촬영감독으로 활약하는 소감도 전했다. 정정훈 촬영감독은 "외국 작품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한국 현장과 많이 다르다. 'K-콘텐츠'의 위상이 많이 달라지기도 했지만 그것과 별개로 할리우드 현장에서 일을 하기 전 개인적으로 같이 일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과 일한다는 것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참여해보니 언어만 다를 뿐이지 일하는 방식은 비슷하다. 특별히 어려움 없이 운 좋게 여기까지 오게 됐다"며 "무엇보다 할리우드는 '올드보이'부터 '오징어 게임' 이후의 모든 'K-콘텐츠'에 대한 신뢰가 깊어졌다. 오히려 '오징어 게임' 같은 경우는 내가 보기도 전에 미국 스태프들에게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들었고 그들을 통해 역으로 보게 됐다. 이제 경계가 무너지고 보편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에 대한 할리우드의 인기가 대단했다는 정정훈 감독은 "실제로 '오징어 게임'은 할리우드 현지 감독이나 스태프들이 먼저 추천을 해서 보게 됐다. 할리우드 스태프들이 내게 '꼭 봐야 하는 작품'이라며 추천하더라. BTS 역시 현지 감독, 프로듀서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다. 그래서 알게 됐다. 내가 'K-콘텐츠'를 홍보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내게 'K-콘텐츠'를 홍보한다. 'K-콘텐츠'를 말하며 '여태 이 작품을 안 봤어?'라며 놀란다"고 웃었다.

그는 "예전에는 한국을 언급하면 김치, 불고기, 비빔밥이었다. 혹은 싸이의 '강남스타일' 춤을 추곤 했다. 내게 첫 인사가 그랬다. 하지만 이제는 세계 안에 자리 잡은 콘텐츠다. 'K-콘텐츠'라고 지칭하는 게 아니라 '그 작품 봤어?' '그 노래 들어봤어?'라며 이야기가 나온다"고 높아진 위상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정정훈 촬영감독은 "내가 촬영한 작품을 보면 작품별로 색깔이 다 다르다. 가끔 '나는 누군가?'란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오히려 5년, 10년 후 작품이 무엇이 될지 스스로 궁금해질 때도 있다. 지금은 내가 많이 배우는 단계다. 코미디, 로코, SF 등 가리지 않고 경험하려 하는 시기다. 또 이러한 다양성 때문에 나를 찾는 것 같기도 하다. 처음 할리우드에서는 '이방인의 시각으로 본 미국의 스토리'라는 목적 때문에 나를 찾았다면 지금은 그런 부분에서 벗어나 같이 할 스태프로 받아들인 것 같다"고 곱씹었다.

'오비완 케노비'는 어둠과 절망이 팽배한 세상, 모두를 지키기 위해 잔혹한 제다이 사냥꾼에 맞선 오비완 케노비의 목숨을 건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이완 맥그리거, 헤이든 크리스텐슨, 조엘 에저튼 등이 출연했고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만달로리안' 챕터 3, 7을 연출한 데보라 초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지난 8일 에피소드 1, 2편이 공개된 이후 매주 수요일 디즈니+를 통해 1편씩 공개되고 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