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당연히 제가 MVP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주자가 아니었다면 투수(서동민)가 2루에 안 던졌을 거거든요."
빗맞아도, 강풍에 휩쓸려도 홈런이다. 타자로는 선제 2점 홈런을 쏘아올렸고, 주자로는 상대 실책이 만들어진 '헤딩'을 해냈다. 잇따른 돌발 상황에도 42억 몸값이 아깝지 않은 포수답게 투수들을 잘 이끌었다.
KT 위즈 장성우(32)가 그 주인공이다. 장성우가 이끈 KT는 1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1위팀' SSG 랜더스전에서 5대4로 역전승, 개막 이후 첫 5위로 올라섰다.
장성우는 지난 주말 롯데 자이언츠와의 3연전에 이어 이날까지, 4경기에서 홈런 3개를 쏘아올리며 디펜딩챔피언의 클린업다운 장타력을 뽐냈다.
경기 후 만난 장성우는 "박병호 우산효과"라며 웃었다.
"원래 내가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는 아니다. 제일 많이 쳐본 게 14개다. 그런데 감독님이 자신감을 북돋아주시니까 많이 치게 된 것 같다. '외국인 선수가 와도 네가 5번 쳐라' 하시더라. 또 (투수가)박병호 형하고 어려운 승부를 하다보니 나한테는 쉽게 들어온다. 아까 홈런 친 상황도 그랬다. 병호 형이 6월에 좋지 않은데, 타율 1할을 쳐도 박병호다. 키움에 있을 때 포수인 나도 그렇게 느꼈다."
사실 이날 장성우의 홈런은 행운이었다. 이태양의 127㎞ 포크를 받아친 공은 파울 지역에 높게 떴다. 장성우 스스로 뛰지도 않을 만큼 파울을 직감한 타구.
그런데 이날 수원구장에는 좌측에서 우측으로 강풍이 불었다. 이 바람이 장성우의 타구를 폴대 안쪽에 밀어넣었다. 장성우는 "시즌 초에 잘 맞은 타구가 잡힌게 많았다. 올해는 20개 한번 쳐보고 싶다. 로하스 있을 때 빼곤 우리 팀에 홈런 많이 치는 타자가 없었지 않나. 한명 잘치면 다 같이 잘 치게 되더라"며 의지를 다졌다.
히어로 인터뷰를 요청받은 심경은 어떨까. 장성우는 홈런 말고도 또하나의 결정적 상황을 만들어냈다. 7회말 볼넷으로 출루한 뒤 다음 타자의 투수 땅볼 때 2루로 뛰다 투수 서동민의 송구를 헬멧에 맞은 것. 장성우는 "다른 주자였으면 (7회말)거기서 2루 안 던졌을 거다. 내가 발이 느리니까 (승부가 된다고 보고)던지지 않았나. 그래서 내가 MVP라고 생각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장성우는 지난 시즌을 마친 뒤 구단과 4년 42억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타자이면서 투수들과 긴밀하게 교류하는 주전 포수의 가치에 우승 프리미엄이 더해진 금액이라는 평. 하지만 장성우는 올해 그 금액에 걸맞는 타격까지 해내고 있다. 장성우는 "내가 적게 받은 것도 아니고, 구단이 좋은 계약 해줬다"면서 "잘하니까 내 마음도 편하다"고 했다.
"좋은 타자들(외국인 타자, 강백호)이 빠져있었다. 지금은 할 수 있는데까지 하면 된다 얘기해줬다. 우린 -16, -17에서도 뒤집고 가을야구 갔던 팀이니까. 우리 투수들도 워낙 착하고 운동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다. 오늘 형준이도 잘하지 않았나. 투수들 잘 던졌는데 점수 못내서 지면 야수들도 많이 미안해한다. 덕분에 우리 팀이 무너지지 않고 여기(5위)까지 왔다. 앞으로 더 좋은 경기하겠다."
수원=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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