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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기쿠치까지, 3년간 FA에 들인 5548억 허물어질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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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토론토 블루제이스는 11일(이하 한국시각)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어이없는 실책에 패배의 눈물을 흘렸다. 토론토가 4-1로 앞선 5회말 수비. 1사 만루서 상대 샘 해거티의 땅볼을 잡은 투수 데이빗 펠프스가 홈으로 던져 3루주자를 포스아웃시킨 뒤 포수 가브리엘 모레노가 1루로 던져 더블아웃을 노렸다.

그런데 모레노가 던진 공이 1루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의 미트를 뚫고 뒤로 흘렀다. 그사이 2루주자가 홈을 밟았고, 2사 1,3루로 상황이 바뀌었다. 시애틀은 훌리오 로드리게스의 내야안타로 1점을 보태 3-4로 따라붙었다. 도대체 운이 얼마나 없으면 멀쩡한 미트가 송구한 공에 구멍이 난단 말인가.

결국 토론토는 중반 이후 불펜싸움에서 밀리며 5대6으로 패했다. 요즘 토론토의 분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장면이 아닐까 싶다. 경기력도 떨어지고 운도 따르지 않는다.

토론토는 최근 10경기에서 1승9패를 기록했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4위로 내려앉았고, 선두를 지켰던 와일드카드 순위도 서부지구 2위 시애틀과 공동 3위로 떨어졌다. 물론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다. 동부지구에서 보스턴 레드삭스, 탬파베이 레이스와 1~2게임차 접전 중이기 때문이다.

6게임이 남은 전반기를 이대로 마친다고 해도 올스타브레이크 동안 컨디션을 추스르고 이달 말 획기적인 트레이드에 성공한다면 반전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바닥을 칠 수 있는 동력이 부족한 건 엄연한 현실이다. 특히 선발 로테이션이 붕괴 직전이다. 시즌 전 리그 최강을 자부하던 선발진은 지금 5명을 채우기 힘들 정도로 어렵다. 부상자들이 속출했고, 믿었던 고연봉자들이 부진했다. 선발진 뎁스가 약한 게 위기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류현진이 토미존 수술을 받고 시즌을 접었고, 일본인 투수 기쿠치 유세이는 목부상을 입어 지난 8일 부상자 명단에 올라 후반기를 기약했다. 여기에 에이스 케빈 가우스먼이 지난 3일 탬파베이 레이스전에서 완더 프랑코의 강습타구에 발목을 맞고 타박상을 입고 아직 치료 중이다. 가우스먼은 오는 13일 필리델피아 필리스와의 홈경기에 등판 예정이지만, 실제로 등판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호세 베리오스는 기복이 너무 심하다. 17경기에서 거둔 평균자책점 5.44는 아메리칸리그 꼴찌다.

토론토는 이들 선발 4명에게 무려 3억700만달러(약 4000억원)를 들였다. 또한 2019년 12월 류현진부터 지난 3월 기쿠치까지 3년간 FA 시장에서는 11명에게 4억2225만달러(약 5548억원)를 투자했다. 동부지구 우승, 월드시리즈 진출을 꿈꾸는 마크 샤피로 사장의 구상이 올시즌에는 허물어지는 조짐이다.

MLB.com은 이날 파워랭킹에서 토론토를 2주 연속 9위에 올려 놓았다. 시즌 첫 한 달간 호조를 보이며 2위까지 올랐던 토론토는 이제 추가적인 하락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찰리 몬토요 감독은 "난 오랫동안 야구판에서 굴렀다. 잘 안 풀릴 때 야구는 때로는 잔인하다. 내일 하루를 쉬면서 숨을 고르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나쁜 야구를 하지 않겠다. 지금 멈추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며 각오를 나타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