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말린다고 됩니까. 그 순간에 절실해서 몸을 날리는 건데요."
이렇게 이야기 할 게 아니다. 보다 강력한 메시지로 하지 말도록 해야 한다. 손으로 타구를 막다 골절상으로 이탈한 에이스의 무모함이나 다를 바가 없다.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하지 말아야 한다.
전력질주로 뛰어 들어가는 것 보다 물리적으로 빠르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다. 덕아웃 분위기를 띄울 수 있다는 점에서 그만한 가치는 있다.
다만, 문제는 부상 위험이다. 투혼의 상징 처럼 보이지만 선수에게 매우 위험한 행위다.
물리적으로 가장 큰 충격은 고정된 물체와의 충돌에서 나온다. 달리던 차가 쇠로 된 가드레일 등 고정물을 들이받을 경우 충격을 고스란히 탑승자가 받는다. 사망사고가 많은 이유다.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이 위험한 건 이 때문이다. 1루 베이스는 볼록한 고정물이다. 홈플레이트와 달리 쓸고 지나갈 수 없다. 2루나 3루 슬라이딩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2,3루 베이스는 목적지다. 지나가지 않고 멈춰야 하기 때문에 적절한 거리를 계산해 슬라이딩을 한다.
반면, 1루 베이스는 찍고 지나가는 용도다. 2,3루에 비해 베이스 가까이서 슬라이딩이 이뤄진다. 적절하게 터치하고 손을 빼면 다행이지만 타이밍이 안 맞거나 슬라이딩 과정에서 조금만 몸이 걸리면 손이 베이스에 박힐 수가 있다. 손가락, 손목은 물론 어깨까지 다칠 수 있다.
두산 간판타자 김동주는 지난 2006년 3월 WBC 아시아라운드 대만전에서 1루에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시도하다 어깨뼈가 골절되는 중상으로 그해 시즌을 망쳤다.
구자욱이 부상 복귀 5경기 만에 또 이탈할 뻔 했다.
27일 포항 한화전 8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1루 옆 땅볼을 친 뒤 전력질주 후 슬라이딩으로 내야안타를 만들었다. 슬라이딩 과정에서 살짝 손가락을 접지른듯 아픈 표정을 지었다. 다행히 심각한 부상은 아닌 듯 했다. 가슴을 쓸어내린 아찔한 순간이었다.
11대10 재역전승의 발판이 된 소중한 출루. 절박함은 이해하지만 하지 않는 편이 좋다.
경기 후 구자욱은 "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경기 내내 최선을 다해 플레이 하려고 했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해 플레이 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마음이 무거운 건 안다. 5년 최대 120억 비FA 장기계약 첫해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팀의 추락을 막지 못한 자책감이 있을 수 있다. 매 순간 열심히 뛰고 달리는 건 좋다. 하지만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만큼은 아니다.
구자욱에게 허슬 플레이에 대한 영감을 준 팀 동료 호세 피렐라는 지난 5월19일 한화전에서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 손가락을 접질렀다. 이후 4경기나 선발 출전하지 못했다.
에이스 뷰캐넌은 키움전에서 타구에 글러브를 끼지 않은 오른손을 내밀다 골절상을 했다. 한달 동안 개점휴업이다.
침체된 팀 분위기. 어떻게든 이기려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투혼은 자칫 무모함이 될 수 있다. 주축 선수가 부상으로 이탈하면 팀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위험도가 높은 플레이는 자제해야 한다. 부상을 안 당하는 것도 실력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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