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오지 않을 것 같던 기회가 왔다. 일단 열흘의 시간. 그 안에 존재감을 입증해야 한다.
LG 트윈스 내야수 서건창(33)은 지난시즌 FA 자격을 얻었지만 신청하지 않았다. 스스로 FA 재수생이 됐다. 키움 히어로즈에서 '다운계약'을 하며 B등급이 됐지만 시즌 중반 LG로 이적하면서 A등급이 돼 이적이 쉽지 않은 상황이 됐고, 시즌 성적도 낮아 FA를 1년 미뤄 올시즌에 승부를 걸었다.
하지만 올시즌에도 쉽지 않았다. 초반 부진했고, 부상으로 빠진 이후엔 외국인 선수가 그 자리에 들어왔다. 후반기에 1군에 올라왔으나 열흘만에 2군으로 내려갔고 이후 2군에서 좋은 타격을 했지만 1군 기회를 얻지 못했다.
9월 확대 엔트리 때 1군을 다시 밟았는데 공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주전 2루수로 나서던 외국인 타자 로벨 가르시아가 부진에 빠지기 시작한 것. 9월 타율7푼7리, 18타석 무안타를 기록하더니 급기야 19일 1군에서 제외됐다.
그리고 LG 류지현 감독은 그 자리를 서건창에게 맡겼다. 막판 순위싸움에서 베테랑의 힘을 더하기로 했다.
류 감독은 20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 서건창을 9번-2루수로 출전시키면서 "서건창이 9월에 올라와서는 나갈 때마다 괜찮은 모습을 보였다. 다만 출전이 들쭉날쭉하다보니 컨디션도 왔다갔다 했을 것"이라면서 "자기 역할을 해주고 있다. 기량이 있는 선수니 꾸준히 나가면 좋은 모습, 서건창의 장점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서건창에겐 마지막으로 찾아온 기회다. 가르시아가 빠르면 열흘 뒤엔 돌아오는데 그 사이 자신의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가르시아가 돌아와도 서건창이 선발로 출전할 수 있도록 구단과 코칭스태프, 선수단의 신임을 얻어야 하는 것.
그리고 KIA전 승리의 히어로가 됐다. 3회초, 5회초엔 내야 땅볼로 물러났던 서건창은 1-1 동점이던 8회초 기대했던 타격을 했다. 선두타자로 나와 KIA 장현식을 상대로 가운데 펜스까지 굴러가는 3루타를 때려냈다. 처음부터 전력질주를 하며 3루까지 공격적으로 들어가 결정적 찬스를 만든 것. 그리고 2번 박해민의 유격수앞 땅볼 때 홈을 파고들어 상대 유격수 박찬호의 악송구 때 홈을 밟아 결승 득점을 했다.
9회초엔 4-1로 앞선 1사 1루서 우전안타를 쳤고, 송구가 3루로 가는 사이 2루까지 파고들어 득점 기회를 이어갔고, 홍창기의 안타 때 득점에도 성공했다.
가르시아를 대신한 첫날 2안타 2득점의 만점 활약을 펼쳤다.
앞으로 열흘에 그의 인생이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트레이드로 올 때 '우승 청부사'라는 말을 들었던 서건창이 이제 그 역할을 할 시기다.
광주=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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