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에이스'는 마무리 등판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난 3일 대전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시작 전까지 SSG의 정규 시즌 우승 확정 '매직 넘버'는 1이었다. 한화를 꺾는다면 자력으로 우승을 결정지을 수 있었던 경기. 그래서 SSG는 구단 전 직원들이 대전으로 원정을 가고, 정규 시즌 우승 기념 티셔츠와 모자 그리고 현수막을 준비하는 등 '만약'에 철저하게 대비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경기가 초반부터 꼬이면서, 결국 1위 SSG가 최하위 한화에게 덜미를 잡히고 말았고 경기는 4대7 패배로 끝이 났다. 그리고 SSG의 우승은 자력이 아닌, 타의에 의해 결정됐다. 다음날인 4일 2위 LG 트윈스가 1패를 추가하면서 마지막 매직 넘버가 지워졌다.
사실 숨겨진 이야기가 있었다. 김광현은 3일 한화전에서 마무리 등판을 준비하고 있었다. 김광현의 자청에 의한 것이었다. 이날 SSG가 이긴다면 우승이 확정이니 김광현이 마무리로 나와 경기를 끝내고 싶다는 의사를 코칭스태프에 전달한 것이다. 실제로 김광현의 이름은 이날 경기 라인업 카드에 불펜 대기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
김광현은 과거 한국시리즈에서도 우승 결정의 순간 마무리 투수로 경기를 끝낸 경험이 있다. 팀을 대표하는 투수로서의 상징성도 컸다. 더군다나 SSG는 최근 끝 없는 마무리 고민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 김광현이라는 확실한 투수가 나와 승리를 장식한다면, 기쁨은 두배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경기가 예상대로 안풀리면서 김광현의 불펜 등판도 무산됐다. 만약 한화전에 마무리로 나왔다면, 아마 취소 됐었을 마지막 선발 등판이 대신 성사됐다. 김광현은 로테이션대로 5일 두산전에 나와 최연소-최소 경기 통산 150승을 노렸으나 아쉽게 2대5로 패하면서 무산됐고, 1점대 평균자책점도 지키지 못했다.
돌아보니 아쉽지만, 그래도 SSG는 정규 시즌 우승을 확정했고 김광현은 '에이스'로써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마지막 등판을 마무리지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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