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야구는 투수 놀음, FA는 야수 놀음.
FA 최대어로 인정 받은 포수 양의지. 또 대박을 쳤다. 4년 전 두산 베어스를 떠나 NC 다이노스로 갈 때 4년 총액 125억원 계약을 맺더니, 4년 후 다시 두산으로 돌아오며 받기로 한 돈의 총액이 무려 152억원이다. FA 계약 2번으로 '야구 재벌'이 탄생했다. 한국 나이로 내년이면 37세. 부상 위험이 많은 포수 포지션인데, 두산은 최대 6년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양의지를 붙잡았다. 다 계산이 있겠거니 싶다.
어찌됐든 양의지까지 계약을 하며 이번 시즌 FA 대어들의 움직임이 마무리 되는 듯 하다. 이번 스토브리그는 '포수 천국'이었다. 유강남 80억원, 박동원 65억원, 양의지 152억원으로 '역대급' 돈 잔치가 열렸다. 여기에 생각지도 못했던 채은성 90억원의 계약까지 터지며 야구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전부 야수 포지션이다. 김상수, 노진혁 등 남은 준척급 FA 자원들도 모두 내야수다. 잘 돌이켜보면, FA 시장에서는 투수보다 야수들이 더 대우를 받는 것 같다. 첫 FA 계약은 투수들도 대박을 터뜨리지만, 투수들이 2~3번 대형 계약을 맺는 경우는 드물다.
반대로 양의지를 비롯해 이대호(은퇴) 김현수(LG) 최 정(SSG) 강민호(삼성) 최형우(KIA) 손아섭(NC) 등 수백억 자산가들은 모두 야수다. 세월을 잘못 만나 지금과 같은 큰 돈은 못 벌었지만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 등은 FA 계약을 3번씩이나 하기도 했다.
비 FA 계약 포함이지만, 사실상 FA 계약이라고 볼 수 있었던 김광현(SSG) 양현종(KIA) 정도를 제외하면 연속으로 거액 계약을 맺은 투수들은 드물다. 김광현, 양현종은 이미 레전드 반열에 올라선 손꼽히는 투수들이다.
사실 야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포지션은 단연 투수다. 특히 선발투수는 혼자 경기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위치다. 멋있다. 그래서 선수들도, 부모들도 어릴 때부터 투수를 선호한다. 어깨가 좋아 공이 조금만 빠르고 위력이 있으면 프로 무대 입성도 쉽고, 선수 생활 초년 시절에는 1군에 들어갈 확률도 야수보다 높다. 투수가 귀해 성적만 나면 연봉도 올리기 훨씬 쉽다.
하지만 KBO리그 FA 시장에서는 확실히 투수가 찬밥이다. 투수의 어깨와 팔꿈치는 소모품이라고 한다. 쓰면 닳는다. 프로는 냉정하다. 좋았던 시절 공을 못 던지면 바로 버려진다. 7~8년을 던지고 첫 FA를 할 때까지는 버티는 선수들이 제법 있지만, 30대가 넘어가고 그 이상 기량을 유지하는 선수는 많지 않다.
반면, 야수는 몸관리만 열심히 한다면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젊은 후배들과 경쟁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또, 나이 먹은 이들을 이길 후배들이 올라오지 않는다. 학생 야구 무대는 야구를 하겠다는 선수들이 없어 난리다. 포수를 보자. 20대 주전 선수들이 거의 전무하다. 지금 주축 선수들이 잘하는 것도 분명 있겠지만,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너무 더딘 게 이런 몸값 폭등 현상을 만들어주는 주요 원인이다. 유격수가 없어 노진혁, 김상수의 몸값이 폭등 조짐이라는 기사를 볼 때마다 한국 야구가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 게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장의 한 관계자는 "선수들의 실력 대비, 몸값이 너무 심하게 높은 게 사실이다. 외국인 선수 보유, 출전 수를 늘리는 등의 현실적 대안이 필요할 것 같다"고 진단한다. 한 야구팬은 "선수들이 열심히 한 대가로 좋은 대우를 받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만, 지나치게 그들만의 돈 잔치가 되는 모습에 불편함이 느껴지기도 한다"고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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