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사(미국 애리조나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나는 내 자리가 없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왔다."
한화 이글스 베테랑 우완 투수 장민재(33). 지난해 드라마틱한 반등을 이뤄냈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경쟁 의지로 활활 타오르고 있다.
장민재는 지난해 32경기 126⅔이닝에서 7승8패, 평균자책점 3.55를 기록했다. 비록 규정 이닝을 채우진 못했지만, 한화 국내 투수 중 가장 많은 승수를 올리며 '토종 에이스' 역할을 했다. 2021년 12경기 29⅓이닝에서 승리 없이 2패에 그쳤던 그는 최하위 한화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꿋꿋하게 로테이션을 지키면서 최후의 보루 역할을 했다. 부임 첫 해 장민재를 중용하지 않았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내가 그를 못 알아봤다"고 고개를 숙일 정도.
한화 스프링캠프가 진행 중인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의 벨뱅크파크에서 만난 장민재는 "캠프는 잘 되도 고민, 안 되도 고민인 시기다.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활짝 웃었다. 그는 "가장 잘 되고 있는 건 아프지 않고 착실하게 몸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디테일적인 것보다 루틴대로 빌드업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투구 컨디션은 80~90% 정도 갖춰졌다. 라이브 피칭과 연습경기를 치른 뒤엔 페이스를 좀 낮추고, 실전에 맞춰 몸을 만들어갈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100이닝 가깝게 급격히 불어난 이닝은 올 시즌 장민재의 투구에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시각. 적지 않은 나이의 투수라면 늘어난 이닝 수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장민재는 "나이를 한 살 더 먹었을 뿐이다. 이닝은 조절을 잘 했다. 젊을 때와 달리 안 다치게끔 몸을 관리하는 법을 어느 정도 익혔다. 그에 맞춘 일정으로 루틴을 짜 실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로라면 매 경기 부담을 갖고 이겨야 한다는 강박감을 갖는 게 당연하다"며 "그걸 힘들다고 느끼기 보다, 유니폼 입고 야구장에 가면 최선을 다 한다는 생각 뿐"이라고 강조했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선발진의 한축으로 올라선 장민재. 좀 더 욕심이 생길 법도 하다. 수베로 감독이 강조하는 '토종 개막전 선발'이라는 결실도 도전해볼 만하다. 이에 대해 장민재는 "쉽게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니 욕심은 나지만, 어디까지나 감독님이 판단하실 부분"이라며 "내가 무조건 한다는 생각보다, 긴 시즌 페이스를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나는 내 자리가 없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왔다. 프로 생활을 해보니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들의 모습을 여럿 봤다. 유니폼을 벗기 전까지 항상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며 "선발, 불펜 같은 보직보다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서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 던지고 싶어도 못 하는 선수도 많지 않나"라고 힘주어 말했다.
자신만이 아닌 주변도 돌아봐야 할 시기. 선발진 맏형으로 장민재가 짊어진 책임감은 적지 않다. 장민재는 "아무리 가르쳐줘도 내가 못 느끼면 결국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나도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시키는 대로 안했다"고 껄껄 웃었다. 그는 "귀를 열어놓되, 주변에서 들리는 여러 이야기를 더하고 뺄 줄 알아야 한다. 그걸 못 하면 어렵다. 틀에 박힌 사고방식으론 결국 못 따라간다. 코치, 선배를 괴롭히며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되, 내 것을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고 후배들에 조언했다.
메사(미국 애리조나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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