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야구대표팀이 예상대로 가볍게 1라운드를 통과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조별리그에서 4전승을 거두고, 조 1위로 8강에 올랐다.
같은 조의 중국, 한국, 체코, 호주와 수준 차가 컸다. 4경기에서 총 38점을 뽑았는데, 8실점을 기록했다. 투타에서 상대팀들을 압도했다. 차례로 선발 등판한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 다르빗슈 유(37·샌디에이고), 사사키 로키(22·지바 롯데), 야마모토 요시노부(25·오릭스)뿐만 아니라, 제2선발투수와 중간계투까지 막강했다. 차원이 다른 경기력을 보여줬다.
타선의 힘, 집중력이 좋았다. 팀 타율 3할2푼6리를 기록했다. 일본계 미국인 외야수 라스 눗바(26·세인트루이스)는 4경기에 모두 1번-중견수로 선발출전해 공수주에서 맹활약을 했다. 14타수 6안타, 타율 4할2푼8리를 올리며 리드오프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2번-우익수 곤도 겐스케(30·소프트뱅크)와 3번-지명타자 오타니, 5번-좌익수 요시다 마사타카(30·보스턴) 등 중심타자들이 맹타를 휘둘렀다.
하지만 4번 타자 무라카미 무네타카(23·야쿠르트)는 끝내 활짝 웃지 못했다. 9일 중국전, 10일 한국전에서 7타수 무안타에 그친 무라카미는 11일 체코전에서 첫 안타를 신고했다. 12일 호주전에서 1안타를 추가했다. 살짝 살아나는 기미가 있지만, 호쾌한 장타를 볼 수 없었다.
1라운드 4경기에서 홈런없이 14타수 2안타, 타율 1할4푼3리를 기록했다. 삼진을 7개나 당했다. 3번 오타니를 거르고, 자신을 상대하는 굴욕적인 일까지 경험했다. 지난해 56홈런을 때린, 일본프로야구 최고타자로서 체면을 구겼다. 대회가 개막하기 전에 열린 연습경기 때도 타격감이 안 좋았는데, 부진이 이어졌다.
일본야구 '레전드' 사사키 가즈오(55)는 무라카미가 부진했다고, 4번 타자를 교체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의 스포츠전문지 닛칸스포츠 칼럼에 '무라카미가 힘들어하는 것 같다. 다른 타자들이 잘 하고 있는데 자신만 못 때려 초조하거나 힘이 들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1라운드 상대는 무라카미가 못 쳐도 이길 수 있는 팀들이었다.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된다'고 썼다.
선수시절에 최고의 마무리 투수, '대마신'으로 통했던 사사키는 '남들이 칠 수 없을 때 치면 된다. 4번 타자가 4타수 4안타를 칠 필요는 없다. 한방이 필요할 때 때려주면 된다'고 무라카미를 감싸면서 격려했다.
2라운드, 8강전부터는 상대 투수의 수준이 달라진다. 준결승전 이후엔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들과 마주할 가능성이 높다. 무라카미는 지난해 일본인 타자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우고, 최연소 3관왕에 오른 최고 타자다. 프로리그 최초로 5연타석 홈런까지 때렸다.
엄청난 능력을 보여준 무라카미가 더 큰 무대, 더 중요한 순간에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신뢰가 바탕에 깔려 있다.
사사키는 절대로 4번 타자를 바꾸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무라카미는 언제쯤 살아날까.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