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단 두 경기 뿐이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SSG 랜더스와 개막 시리즈에 나선 KIA 타이거즈. 유격수 박찬호(28)와 3루수 김도영(20)을 테이블세터로 배치했다. 빠른 발과 뛰어난 주루 센스를 갖춘 두 선수. 박찬호는 지난해 타격 부문에서 성장을 이뤘지만, 올 시즌까지 흐름을 이어가느냐가 관건으로 꼽혔다. 데뷔 시즌 쓴맛을 본 김도영은 캠프 기간 성장세를 정규시즌에서 풀어낼 수 있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였다.
두 선수는 이틀 동안 8안타를 합작했다. 박찬호가 이틀 동안 멀티히트를 기록했고, 김도영은 개막전 5타수 1안타에 이어 2일 SSG전에선 3타수 3안타 맹타를 휘둘렀다. 박찬호가 출루하면 어김없이 김도영의 방망이가 번쩍이면서 중심 타선에 밥상을 차렸다. 쉬어갈 틈 없는 강력한 타선을 구축하고자 했던 KIA와 역대 최강 테이블세터의 등장을 꿈꿔온 팬들의 바람은 시즌 초반부터 이뤄지는 듯 했다.
그러나 이틀 만에 균열이 생겼다. 김도영이 쓰러졌다. 2일 SSG전에서 4회초 홈 슬라이딩 직후 왼발을 부여잡고 쓰러졌고, 그대로 트레이너 부축을 받으며 실려갔다. 인근 병원 검진 결과 왼쪽 5번째 중족골 골절 진단이 나왔다. KIA는 3일 서울에서 2차 검진을 실시할 예정. 1차 진단처럼 골절로 판명되면 김도영은 당분간 그라운드에서 볼 수 없다. KIA 김종국 감독은 2일 SSG전에서 9대5로 시즌 첫승을 거두고도 "김도영의 부상이 안타깝다"며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김도영의 이탈은 KIA 타선 뿐만 아니라 내야진 변화까지 불가피해지는 변수다.
2번 타자 자리는 여유가 있다. 김선빈(34)과 이창진(32)이 빈 자리를 메울 수 있다. 지난 시즌에도 두 선수가 2번 타순에 번갈아 배치된 경험이 있다. 약간의 타순 조정이 불가피하지만, 근본을 흔들 정도의 큰 변화는 아니다.
수비에선 류지혁(29)이 당분간 3루수로 기용돼 김도영의 빈 자리를 메울 전망. 류지혁은 지난해 1루와 3루를 번갈아 지켜왔지만, 올 시즌 변우혁(23)이라는 새로운 1루수가 등장하면서 3루에 좀 더 전념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수비 뿐만 아니라 타격 면에서도 성과를 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류지혁마저 부상할 경우, 마땅한 3루 대안이 없다는 게 문제다. 변우혁이 3루를 커버할 수 있으나, 1루 수비에 비해 안정감은 덜하다는 지적.
최상의 시나리오는 김도영의 부상 회복 기간이 최소화되는 것이다. 하지만 당분간 공백은 불가피해졌고, KIA는 대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초반부터 악재를 만난 KIA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