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야구기자를 오래하다 보면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TV로만 봐서는 느껴지지 않는 부분.
11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SSG와의 시즌 첫 경기. 삼성 라이온즈 미완의 거포 이성규(30)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4-4로 맞선 7회말 2사 후. 이성규가 세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SSG 바뀐 투수 최민준의 초구 143㎞ 바깥쪽 패스트볼에 반응이 살짝 늦었다. 하지만 정타가 된 타구는 까마득히 비행해 라이온즈파크 오른쪽 담장 옆 그물을 출렁이게 했다. 파울 홈런. 이성규의 파워를 새삼 느끼게 해준 장면이었다. 그 타구 하나에 살짝 잃었던 자신감이 돌아왔다. 타석에서 기다림의 자세가 살짝 달라졌다. 당겨치기 일변도에 변화를 주기 위해 겨우내 코칭스태프와 신경썼던 "우중간을 보고 방망이를 던지듯이 훈련했다"는 부분을 새삼 확 깨답게 해준 순간.
커브 유인구 2개를 참아낸 이성규는 4구째 138㎞ 커터를 벼락 같이 당겨 좌익수 앞에 빨랫줄 같은 안타를 만들어냈다. 제대로 힘이 실린 폭발적 타구스피드였다.
개막 2번째 경기였던 2일 대구 NC전 두번째 타석 안타 이후 6경기 14타석 만에 뽑아낸 시즌 3번째 안타.
9회 마지막 찬스에 아쉽게 대타 김태군으로 교체됐지만 다음날이 기대되는 여운이었다.
개막 후 열흘.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시범경기 5홈런으로 홈런왕에 올랐던 선수. 타율도 3할3푼3리로 마쳤다. 김현준의 부상공백을 메울 톱타자 후보로도 거론됐다.
하지만 정규시즌 들어 결과가 나오지 않자 다시 살짝 위축됐다. 시범경기 때 초구부터 거침 없이 돌리던 자신감이 잠시 실종됐었다.
하지만 11일 마지막 타석에서 초구 파울홈런이 다시 '시범경기 홈런왕 버전'을 되찾게 해주는 터닝포인트가 될 듯 하다.
배트라는 도구를 다루는 타자는 슬럼프 탈출의 작은 계기가 큰 반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빗맞은 안타, 파울 홈런 등 하나의 타구로 흐름이 확 바뀔 수 있다.
시즌 초 시행착오는 과정일 뿐이다.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마음의 문제일 뿐이다.
이성규는 겨우내 정말 준비를 많이 했다. 포텐이 터질 수 밖에 없는 준비된 홈런타자다. 복잡한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딱 하나, 초구부터 거침없이 돌리는 자신감이다. 아홉번의 헛스윙 후 열번째 스윙에 담장을 넘기는 괴력의 장타자를 두려워 하지 않을 투수는 단 하나도 없다.
삼성 박진만 감독이 상위타선이 아닌 부담 없는 하위타선에 배치하는 이유도 거침 없는 적극적 스윙을 하라는 메시지다. 하위타선에 홈런타자가 버티고 있으면 선발 투수가 무척 피곤해진다. 긴장 풀고 쉽게 넘길 이닝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시범경기 절정의 타격감을 보이던 이성규는 지난달 19일 인터뷰에서 "아직 시즌이 조금 남았는데 페이스가 빨리 좀 올라오지 않았나 싶어서 조금 걱정되기는 합니다. 지금은 계속 안 다치고 유지 잘해서 시즌 때까지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그 우려와 걱정이 시즌 초 잠시 이성규의 발목을 잡았다.
필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믿음 뿐이다. 그는 충분히 준비된 선수다. 생소한 외야수비도 노력으로 완벽에 가깝게 정착했다. 그라운드에서 준비해온 모든 것을 자신감 있게 쏟아내기만 하면 된다.
시범경기 활약을 정규 시즌으로 이어가지 못하는 선수들이 제법 있다. 벤치 등 타인의 시선이 굳건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기에 쉽게 조바심의 늪에 빠지기 때문이다.
늘 잘 하던 선수가 잘하고, 못하던 선수가 못 하는 건 스토리가 아니다. 인생을 꼭 닮은 야구의 감동은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데 있다.
서른, 이성규가 만들 새로운 잔치가 바로 눈 앞에 와있다. 시즌 초반 부진은 과정일 뿐이다.
스포츠의 기적을 믿는다. 이성규의 만개를 믿는다. 필요한 건 거침 없는 스윙 뿐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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