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끝내주는 남자' 이정후가 길게 이어진 0의 행진을 기어코 끊어냈다. 경기 시작 2시간 40여분이 지난 뒤. 무려 연장 10회말이었다.
키움은 1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주말시리즈 3차전에서 10회말 터진 이정후의 끝내기 투런포로 2대0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전날까지 키움은 팀 OPS(출루율+장타율) 0.683으로 7위, KIA는 0.628로 꼴찌였다. 그래도 키움은 KIA전 포함 3연승을 달리고 있지만, KIA는 3연패에 빠지며 리그 최하위까지 추락했다.
경기전 만난 김종국 KIA 감독은 절박함을 애써 숨겼다. 그는 터지지 않는 타선에 대해 "내가 직접 이야기하면 너무 무거워진다. 타자들이 너무 결과에 신경쓰지 않고 마음 편하게 치기 바란다. 자기 준비한대로, 루틴대로 스윙해줬으면 좋겠다"는 속내를 전했다.
홍원기 키움 감독 역시 "오늘은 이정후를 지명타자로 냈다. 돌아가면서 나갈 예정이다. 김혜성이 지명타자로 나가는 날도 있을 거다. 임병욱도 그렇고, 다들 부상만 없었으면 좋겠다"며 멀리 보는 시선을 유지했다.
키움 최원태와 KIA 양현종, 두 선발투수가 인생투를 펼치며 0의 행진을 길게 이어갔다.
양현종은 7회까지 3피안타 3볼넷 무실점으로 쾌투했다. 이용규(2개)를 비롯해 키움 타자들을 고비 때마다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최원태는 경제적인 투구가 돋보였다. 8회까지 4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양현종이 7회까지 104구를 던진 반면, 최원태는 8회까지 82구밖에 던지지 않았다.
양현종은 최고 147㎞의 직구에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를 더하며 키움 타자들을 날카롭게 공략했다. 3회말 선두타자 김휘집의 2루타로 무사 2루, 6회말 이용규에게 볼넷, 이정후에게 고의4구를 내주며 1사 1,2루 위기를 맞이했지만 흔들림 없이 후속타를 끊어냈다.
7회에도 2사 후 김휘집에게 다시한번 좌중간 펜스 직격 2루타를 내줬다. 하지만 김태진을 삼진 처리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양현종의 7이닝 무실점 투구는 2020년 10월 18일 잠실 LG전(8이닝 무실점) 이후 910일만이었다.
최원태 역시 여유가 넘쳤다. 1회 고종욱, 4회 최형우를 병살 처리했다. 3회와 6회에는 1사 2루 위기를 맞았지만, 후속 타자들을 실점없이 잘 막았다. KIA 타자들의 적극적인 타격을 잘 이용하며 8회까지 무실점. 9회는 마무리 김재웅이 책임졌다.
KIA 역시 8회 전상현 이준영, 9회 정해영을 투입하며 실점없이 막다. 경기 시작 2시간 30여분만에 연장전에 돌입했다.
키움은 10회는 필승조 김태훈이 막았다. KIA는 김대유를 투입했다. 1사 후 이형종에게 좌전 안타를 내줬다. 이정후가 오른쪽 담장을 멀찍이 넘기는 끝내기 투런포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고척=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