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큰 경기 경험은 전혀 다른 선수를 만든다.
가을야구를 꾸준히 가는 팀들이 지속적인 강팀으로 유지되는 이유다.
지난해 가을야구를 가장 오래한 팀 키움 히어로즈. 많은 선수들이 가을 경험을 통해 한 뼘 성장했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 중 하나, 최원태(26)다. 지난 가을의 환희와 아픔의 기억이 폭풍 성장을 이끌고 있다. 특히 한국시리즈 마무리 경험이 선발로 시작한 올시즌 파란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개막 후 3경기 중 2경기 퀄리티스타트. 16일 고척 KIA전에서 8이닝 4안타 무실점 역투로 양현종과 눈부신 선발 맞대결을 펼치며 2대0 승리를 이끌었다. 8회에도 147㎞의 투심을 뿌리는 등 지치지 않는 역투를 펼쳤다. 완봉승도 가능했던 페이스.
올시즌 3경기 1승무패, 1.89의 짠물 평균자책점.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05, 피안타율이 2할1푼2리에 불과하다. 볼이 더 빨라졌다. 직구 평균 스피드가 무려 146㎞에 달한다. 슬라이더 체인지업의 위력도 덩달아 높아졌다.
무엇이 최원태를 무시무시한 4선발로 변화하게 했을까. 18일 고척 삼성전을 앞둔 키움 홍원기 감독은 "한국시리즈 마무리 경험"을 이야기 했다.
"저와 면담을 통해 한 이야기인데 중간 투수들의 수고에 대해 진심을 다해 이야기 하더라고요. 선발투수의 책임감을 많이 느낀 것 같아요. 최소 6,7회는 끌어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습니다."
타자와 어렵게 승부하던 패턴이 겨울 준비과정을 거쳐 짧아졌다. 과감하고 공격적인 피칭이 돋보인다.
"한국시리즈 마무리 투수를 경험하면서 이닝을 끝내기 위한 공 개수와 투구 템포를 어떻게 조절해 가는지를 알고 던지는 것 같아요. 보시다시피 그날 경기는 9회에도 올라갈 수 있었어요. 하지만 좋은 모습으로 끝내게 하기 위해 교체했죠. 한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겁니다."
프로 9년차 선발 투수가 비로소 깨달은 불펜 투수의 애환. 역지사지의 마음이 선발투수로서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 큰 무대에서의 다양한 경험의 중요성. 최원태가 또 한번 일깨우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