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라이온즈파크에 나타난 이승엽 감독.
삼성 선수들은 혼란에 빠졌다. 상상하기 힘들었던 광경이기 때문이다. 해외진출 당시를 제외하고는 15시즌을 라이온즈에서 뛴 구단 역사상 최고의 원클럽맨 스타플레이어.
삼성이 아닌 다른 팀 유니폼을 입은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었던가 보다.
'삼린이' 출신 원태인은 26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두산과의 시즌 첫 경기에 앞서 "이승엽 감독님은 당연히 제가 어릴 적 가장 잘했고, 가장 좋아하는 선수였다"며 "투수 타자가 정해지지 않았던 어린 시절 이승엽 감독님을 보면서 야구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영원한 삼성맨인 줄 알았던 이승엽 감독이 두산 유니폼을 입은 모습을 보면 어떤 기분일까.
원태인은 "큰 감정은 없는데 글쎄요. 아직 한번도 두산 유니폼을 입은 모습을 실제로 본 적이 없는데 안 보고 싶을 것 같아요. 신기할 것도 같고요"라며 웃었다.
이승엽 감독의 은퇴 전 3시즌을 함께 뛴 구자욱은 "어제 실내 연습장에서 만나뵀다"며 "다치지 말고 열심히 하라고 말씀해 주셨다"고 말했다. "저도 모르게 '선배님'이라고 부를 뻔 했다"며 웃은 구자욱은 "두산 유니폼을 입은 모습이 멋있다고 말씀 드렸다"고 했다.
감독으로 모셨던 두산 김한수 수석코치와도 반갑게 재회했다. 구자욱은 2021년 골든글러브 첫 수상 후 5번(김한수 수석코치의 현역시절 번호)을 달게 된 사연을 인터뷰에서 밝혀 화제를 모았다. 당시 "골든글러브를 처음 타면 김한수 감독님께 감사했고, 또 죄송했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구자욱은 "김한수 감독님은 저의 스승이셨고, 이승엽 감독님은 저의 영웅이셨다. 두 분 모두 야구장에 돌아오셔서 너무 반갑다"면서도 "상대 팀 감독 코치님 이야기를 너무 해서 더 좋으신 우리 감독, 코치님께 죄송하다. 승리는 박진만 감독님께 안겨드리고 싶다"며 4연패 탈출의 선봉에 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구자욱 이야기를 전해들은 이승엽 감독은 "예전에 팀 메이트였는데 잘 하고 있어서 좋다"며 "선배님이든 감독님이든 상관 없습니다"라며 웃었다. 이어 "구자욱 선수는 라이온즈에서, 저는 베어스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말했다. 원태인 이야기를 전해들은 이 감독은 "선수든 지도자든 상황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것 아닌가. 누구든 유니폼을 바꿔 입을 수 있다.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현재 소속팀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