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고의4구를 선택했던 삼성 벤치, 너무나 잔인했던 결말.
삼성 라이온즈의 5연승 행진이 끝났다. 잘싸웠지만 연장 승부에서 확 무너지고 말았다. 야구라는 스포츠는 선택의 연속인 게임인데, 박진만 감독 입장에서는 자신의 선택에 쉽게 잠을 못이뤘을 듯 하다.
삼성은 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0대4로 패했다. 최근 5연승으로 분위기는 최고였고, 이날도 선발 뷰캐넌을 포함해 투수들이 힘을 내며 정규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하지만 타선의 집중력이 아쉬웠다. 3번의 이닝 선두타자가 출루했지만 1점도 뽑지 못했다. 5회에는 무사 1, 2루 찬스를 날렸고 경기 막판 8회와 9회에도 선두타자가 찬스를 만들었지만 후속타 불발로 울어야 했다.
결국 찬스는 키움에 왔다. 연장 10회초. 삼성은 지난주 키움에서 트레이드로 데려온 김태훈을 야심차게 투입했다. 이적 후 1승2세이브. '대박 트레이드'라는 평가를 받은 가운데 친정팀까지 집어삼키러 나왔다. 만약 트레이드 매치에서 김태훈이 활약한다면 엄청난 기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삼성 벤치의 선택이 김태훈에게 큰 충격을 안기고 말았다. 선두 김동헌의 안타 출루. 하지만 김태훈은 까다로운 이정후와 이형종을 내야 땅볼로 잡았다. 2사 2루. 타석에는 컨택트 능력이 좋은 김해성.
김태훈이 볼 2개를 연거푸 던졌다. 그러자 박진만 감독은 자동 고의4구를 선택했다. 볼카운트가 몰린 가운데 김혜성에게 안타를 내주면 실점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다음 타자는 4번 러셀이었다. 러셀이 공갈포라면 모를까, 이번 시즌 KBO 무대에 데뷔해 꾸준하게 방망이를 치고 있고 최근 타격감도 나쁘지 않았다. 10회말 공격이 남아있는 가운데 주자를 쌓아 러셀에게 장타를 허용한다면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투수 입장에서는 4번 외국인 타자가 훨씬 더 부담스러운 상대다.
차라리 단타를 맞는다는 전제 하에 외야 수비를 당기는 승부를 펼쳐 김혜성과 승부를 벌여보는 게 현명한 선택일 수 있었다. 끝내기 상황 수비라면 고의4구 선택을 더 이해할 수 있겠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삼성은 10회말 마지막 공격을 남겨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삼성 벤치도 여러 데이터 등을 분석해 김혜성을 거르고 러셀을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통한의 스리런포로 삼성의 맥이 풀렸다. 김태훈도 힘이 빠졌다. 이어 등장한 임병욱에게 충격의 백투백 홈런까지 내줬다. 러셀에게 사실상 KO펀치를 맞은 김태훈을, 마운드에 그대로 둔 선택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친정을 상대로 무조건 잘던지고 싶었을 김태훈이었을텐데, 이 경기 여파가 다음 등판까지 미치지 않을까 걱정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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