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세월이 흐르긴 흘렀구나.
흘러가는 시간을 막을 수는 없다. 영리하게 산다는 건, 그렇게 바뀌는 세월의 흐름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것이다.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최고 좌완 투수들인 KIA 타이거즈 양현종과 SSG 랜더스 김광현. 두 사람의 맞대결에서도 이게 느껴졌다.
양현종과 김광현은 9일 광주에서 열린 양팀 대결 선발로 나란히 출격했다. 지난 주말 비로 인해 각 팀들의 일정이 꼬였는데, 비가 두 사람의 맞대결을 성사시켰다.
2015년 9월 이후 무러 8년 만의 진검승부. 데뷔 때부터 라이벌로 불려온 두 사람의 만남이기에 야구팬들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 웃은 건 양현종과 KIA였다. 8이닝 무실점 완벽한 투구로 승리투수가 됐다. 김광현은 6이닝 3실점 패전. 그래도 퀄리티스타트는 해냈다. 양현종이 워낙 잘던져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어렸던 시절과 비교하면, 왠지 모르게 경기에서 박진감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150km가 훌쩍 넘는 강속구를 시원시원하게 뿌리던 두 선수. 그걸 보는 게 매력이었는데, 8년이 지난 지금 두 사람은 변화구 던지기에 바쁜 모습이었다.
먼저 양현종. 직구 최고구속 146km를 찍었찌만, 평균은 139km에 그쳤다. 전성기 시절 구위에 비하면 한참 미치지 못했지만, 훌륭한 커맨드와 경기 운영으로 SSG 타자들을 압도했다. 슬라이더 28개, 체인지업 19개를 섞어 던졌다. 특히 직구를 129km부터 146km까지 속도를 조절하며 던지는 게 인상적이었다. 타자들은 변화구 같은 느낌을 받았을 완급 조절이었다.
그래도 양현종은 직구 구사 비율이 높았던 편. 김광현은 직구가 거의 없었다고 해도 무방한 투구였다. 평균 141km에 그친 직구는 단 17개만 뿌렸고, 슬라이더를 무려 42개나 썼다. 그리고 체인지업 21개, 커브 5개로 이날 투구를 마쳤다. 이날 경기를 중계하던 SPOTV 이대형 해설위원도 김광현의 투구를 지켜보며 "예전 같았으면 이 타이밍에 강력한 직구로 승부를 봤을텐데, 변화구가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1988년생 동갑내기 두 사람. 이제 한국나이로 36세다. 30대 중반이 넘어가는데, 20대 젊은 시절 공을 계속 뿌릴 수는 없는 법이다. 여기에 이번 시즌은 두 사람 모두 개막 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다녀오느라 제대로 몸을 만들 시간도 부족했다.
선수들이 과거 영광의 시절에 취해, 그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는다고 집착만 하면 쓸쓸하게 망가지는 길을 걷는다고 한다. 현실을 인정하고, 지금 상황에서 어떤 게 최선인지에 대해 연구하고 집중하는 게 현명한 처사다. 오랜만에 성사된 두 사람의 대결을 보며 세월이 흐르긴 흘렀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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