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KT 위즈의 10위는 분명 누구도 예상 못한 순위다. 지난 7일 한화 이글스전에 패하면서 10위로 떨어진 KT는 열흘이 넘게 10위에 머물러 있다.
공교롭게도 외국인 타자 앤서니 알포드의 부진도 이때부터였다. 5월 2일까지 무려 타율 3할6푼8리를 기록했던 알포드는 7일부터 18일 잠실 LG 트윈스전까지 타율이 1할3푼5리(37타수 5안타)로 뚝 떨어졌다.
주로 3번에서 쳤던 알포드는 지난 18일엔 6번타자로 내려왔다. KT 이강철 감독은 "알포드가 쉬지 않고 계속 뛰면서 지친 상태다"라며 "6번에서 치면 부담감이 좀 적지 않겠나"라고 타순을 내린 이유를 말했다.
알포드가 일어났다. 19일 수원 두산 베어스전에서 해결사로 나섰다. 알포드는 1-1로 맞선 4회 무사 2루 찬스서 결승 투런포를 터뜨렸다. 두산 선발 최승용의 가운데로 몰린 초구 커브(112㎞)를 정확히 때려냈다. 알포드는 이어 4-1로 앞선 5회 2사 1, 2루 찬스에서 상대 두번째 투수 박정수의 커브를 공략해 1타점 좌전안타를 쳤다. 지난 4월 29일 수원 삼성전 이후 5월에는 처음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알포드의 활약 속에 KT는 6대1로 두산을 꺾었고, 이날 LG 트윈스에 패한 9위 한화 이글스와의 승차를 1.5게임으로 좁혔다.
그동안의 부진에 대해 알포드는 "야구라는 게 좋았을 때도 있고 나빴을 때도 있다. 항상 내가 타석에서 생각하는 것은 하루하루 조금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는게 슬럼프에서 빨리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하루 하루 많이 더 잘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6번 타순이 편안했냐고 묻자 알포드는 "타순이 바뀐다고 해서 부담감이 없어지거나 하지는 않고 어떤 타순이든 같은 마음으로 들어간다"면서 "6번에 있으니 내 앞에 있는 우타자들이 투수와 상대하는 것을 보고 팁을 얻을 수 있는 것 같다"라며 웃었다.
홈런은 커브를 노렸다고. 최승용-양의지 배터리와의 수싸움에서 이긴 것이다. 알포드는 "첫 타석에서 나와 변화구 위주로 승부를 했기 때문에 타석에 들어갈 때부터 커브를 던질 것으로 예상했었다"라고 했다.
지난해 4위로 포스트시즌에 올랐고, 올시즌 전 예상도 우승 후보였는데 지금의 순위가 충격적이지 않을까. 알포드는 덤덤했다. "내가 작년에 왔을 때도 팀이 8위였는데 결국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않았나"라는 알포드는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았다. 부상 선수들로 인해 어린 선수들이 기회를 얻고 재능을 뽐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가 이길 수 있었던 경기도 있었는데 사소한 부분 때문에 게임이 힘들었던 부분도 있었다. 그런 부분을 보완하다 보면 많은 경기를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알포드는 지난해 부상으로 낙마한 헨리 라모스의 대체 선수로 KT에 왔다. 알포드의 계약 소식이 들렸을 때 KT는 8위였다. 주전들의 부상으로 꼴찌까지 떨어지기도 했던 KT는 점점 전력을 정비하며 다시 상승세를 타 결국 4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지켰다. 올시즌은 지난해보다 더 부상 소식이 많았고, 그 여파도 컸다. 지난해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알포드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수원=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