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에인절스 팬 여러분, 마법을 즐기세요. 오타니 쇼헤이의 애너하임 시절이 곧 끝날 수도 있어요.'
LA 타임스(LAT)가 22일(이하 한국시각) 오타니가 미네소타 트윈스전에 등판해 6이닝 1실점의 호투로 4대2 승리를 이끈 직후 게재한 칼럼 제목이다.
이날 오타니는 AL 중부지구 선두 미네소타 타선을 상대로 2안타와 3볼넷을 내줬지만, 9개의 삼진을 잡아내면서 1실점으로 묶었다. 이전 등판까지 최근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12의 부진을 보이다 5경기 연속 1실점 이하 피칭을 했던 '4월 포스'를 되찾은 것이다.
에인절스는 올시즌 오타니가 등판한 10경기에서 8승2패를 기록했다. 그가 등판할 때마다 투타 겸업, 아니 에이스의 진가를 실감하고 있다. 오타니 등판 시 에인절스는 통산 44승29패(0.603)를 기록 중이다. 올시즌 승률이 최고치를 찍고 있다.
하지만 오타니가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서는 건 길어야 2개월 정도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오는 7월 말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팀을 옮길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에인절스는 올해 플레이오프 진출이 힘들다고 판단한다면 오타니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지 않을 수 없다.
올해 말 FA 시장에서 지명권 하나 받는 것보다는 트레이드를 통해 다수의 유망주를 확보하는 게 중장기적으로 훨씬 이득이다. FA를 앞둔 선수를 처분하는 건 메이저리그의 오래된 운영 기법이며 불문율이다.
LAT는 '오타니가 마운드와 타석에서 겸업을 수행하는 지금 마법의 시간으로 가득한 세계를 최대한 많이 즐기시라'면서 '오타니가 올 시즌 후 FA가 되면 달 뿐만 아니라 작은 은하수를 요구하고 얻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곳 애너하임에서 그가 매력적인 마술을 보여줄 나날은 많이 남은 게 아니다. 그의 동료들은 벌써 그의 선발 등판 순서가 다가올 때면 주위를 감싸는 역사적 사실들을 의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타니의 가치는 시즌이 흐를수록 더욱 올라가고, 그와 비례해 떠날 가능성도 커진다는 걸 동료 선수들도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에인절스는 올시즌에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팬그래프스가 이날 제시한 에인절스의 플레이오프 확률은 1주일 전보다 4.6% 포인트 감소한 20.5%다. 지구 우승 확률이 5.4%, 와일드카드 확률이 15.1%다. 25승23패를 마크 중인 에인절스는 AL 서부지구 선두 텍사스 레인저스에 5경기차, AL 와일드카드 3위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3게임차 뒤져 있다.
LAT는 '오타니와 마이크 트라웃을 중심으로 전력을 올바르게 구성했다면, 선발과 불펜진, 취약한 포지션에 집중적으로 많은 돈을 썼다면, 적어도 오타니가 올시즌 후 떠날 것이라는 현실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에인절스가 마지막으로 가을야구를 한 것은 오타니가 입단하기 4년 전인 2014년이다. 맑고 청량한 날씨와 디즈니랜드가 오타니를 붙잡아 둘 정도로 충분한 매력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승리를 원하는 오타니의 마음을 붙잡기에는 때가 늦었고, 이제는 뾰족한 방법도 없다. 더구난 에인절스는 최소 5억달러에 이를 오타니의 FA 계약을 감당하기도 어렵다.
오타니는 LAT와의 인터뷰에서 "수많은 패전 중에 이길 수 없었던 경기가 그렇게 많은 건 아니다. 그래서 난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포기하지 않는다"며 "분위기가 좋기 때문이다. 전에도 말했듯, 우리는 졌지만 이길 기회도 많았다"고 했다.
조금 더 집중하고 힘을 내면 더 많은 경기를 이길 수 있으니 희망을 걸어볼 만하다는 것이다. 이전과 별다를 게 없는 원론적인 이야기다.
LAT는 '오타니가 등장할 때마다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것 같은 분위기가 흘러나온다. 그가 에인절스 선수로 뛰는 지금을 즐기라'며 칼럼을 마무리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