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오프시즌 때 열심히 익혀보려고 했는데…(스트레일리)."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의 신무기 '스위퍼'. 전세계 투수들의 가슴을 뛰게 한 마법 같은 매력의 신구종이다.
우타자 바깥쪽으로 휘는 각도가 슬라이더보다 더 크다는 점에서 활용 가치가 높다. 오타니는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결승전 마지막 순간, 팀동료이자 미국대표팀 주장인 마이크 트라웃을 이 공으로 삼진처리한 뒤 포효했다.
오타니는 올시즌 적극적으로 스위퍼를 활용하고 있다. 스위퍼의 비율이 43%에 달한다(MLB 베이스볼서번트 기준). 포심(26.2%)과 커터(12%), 싱커(8.8%)를 합친 것과 비슷한 수다. 반면 슬라이더는 단 1구에 불과하다.
KBO리그에서도 스위퍼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하지만 올시즌 스위퍼를 자유자재로 던지는 투수는 현재까진 페디(NC 다이노스) 한 명 뿐이다. 안우진(키움 히어로즈)도 "마구 같았다. 나도 연습해봤는데 잘 되지 않는다"며 강한 관심을 보이는 선에서 그쳤다.
외인 에이스들 역시 마찬가지다. 요키시(키움)는 KBO리그에서만 5년째 뛰며 통산 55승을 거둔 장수 외인이다. 2021년에는 16승으로 뷰캐넌(삼성 라이온즈)과 함께 공동 다승왕을 차지한 경험도 있다.
그는 지난해 2차례, 5구 던져본 경험이 있다면서 "타자들에게 파울이나 땅볼을 유도하기에 좋은 구종이다. 일반적인 슬라이더보다 훨씬 멀리 (우타자 입장에서)달아난다"며 스위퍼의 유용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올시즌엔 던지지 않는다. 그는 "나는 구속이 빠르지 않은 편이라 쓰기가 어렵다. 공이 좀더 빠른 투수들에겐 효과적일 것"이라면서도 "팔꿈치에 조금 무리가 가는 느낌이 있다. 나는 스위퍼보단 슬라이더를 던지겠다"고 설명했다.
'털보 에이스' 댄 스트레일리의 의견도 같다. 스트레일리는 "오프시즌 때 스위퍼를 던지려고 꽤 많은 노력을 했다"면서 "그런데 나와는 맞지 않는 구종"이라고 답했다. 이어 "나는 자이로 슬라이더를 던진다. 스위퍼의 반대 방향으로 휘고, 종으로 떨어지는 구종"이라고 덧붙였다.
"내 주무기는 슬라이더다. 그런데 내게 있어 스위퍼가 슬라이더보다 더 낫다는 확신이 없다. 오히려 스위퍼 때문에 슬라이더가 흔들리는 느낌도 있었다. 그래서 던지지 않기로 했다."
반면 페디는 셸비 밀러(LA 다저스)에게 배운 스위퍼를 앞세워 다승 1위(7승) 평균자책점 2위(1.63)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는 취재진에게 그립을 공개하는가 하면, 신민혁 등 팀원들에게도 전수하는 등 매우 긍정적인 입장이다. 그는 안우진에게도 '야구를 하는 동료로서 원한다면 가르쳐주겠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