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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 몰렸던 손 혁 단장, '복덩이' 산체스로 대반격 나서나 [김 용의 어젯밤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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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위기에 몰렸던 손 혁 단장, 산체스로 대반격에 나서나.

한화 이글스가 반전의 서막을 열 수 있을 것인가. 일단 외국인 투수 교체는 대성공 조짐이다. 여러 면에서 한화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23일 홈 대전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9대5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반 5점을 주기는 했지만, 1회부터 6득점 빅이닝을 만드는 등 화끈한 타격으로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지난주 타격 부진을 단숨에 털어낸 타자들도 칭찬받을만 했지만, 선발 산체스의 호투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산체스는 이날 KBO 데뷔 후 3번째 선발로 등판해 5인이 3안타 무4사구 8삼진 무실점 역투로 달콤한 첫 승리를 따냈다.

대단한 투구였다. KIA 타선도 지난주 감이 좋았는데, 산체스 앞에서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무너졌다. 직구 최고구속 153km를 찍었고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투구 로케이션이 매우 훌륭해 보였다. 원하는 구종을 원하는 곳에 찔러넣는 느낌을 줬다.

가장 큰 반전은 구위. 뭔가 투구폼은 크지 않고 부드러운 느낌. 제구 위주 투수의 전형적 투구 템포인데, 직구가 의외로 대포알같이 꽂혔다. 그러니 느린 변화구를 보던 타자들이 갑작스럽게 들어오는 150km 강속구에 속수무책이었다. 좌완의 150km는 안그래도 위력적인데, 그 공을 더 위력적으로 느껴지게 하는 능력이 있는 듯 보였다.

이제 3번째 등판이라 90여개 투구수로 제한했다. 3경기 순조롭게 KBO리그에 적응하고 있다. 몸이 조금 더 풀리고, 리그 성향까지 파악하면 더 무서운 투수가 될 수 있을 듯. 적응 기간 치른 3경기 평균자책점이 0.64다. 일단 제구가 안정적이라 크게 흔들릴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슬라이더와 커브를 같이 던지는 투수가 흔치 않은데, 타자들이 머리 싸움에서 더욱 골치가 아플 듯 하다. 앞선 두 경기도 투구 이닝이 짧았고, 타선 지원을 못받아서 그랬지 팀은 모두 승리했다. 산체스가 승리 발판을 마련했던 것이다.

놀라운 건, 투구는 30대 베테랑 같은데 아직 26세 젊은 투수라는 점. 대단한 경력도 없다. 메이저리그는 단 3경기 뛰었을 뿐이다. 2021년엔 팔꿈치 수술까지 받았다. 어떻게 보면 모험일 수 있는 카드였는데, 한화가 숨어있던 보석을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부임한 손 단장은 최근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수베로 감독을 경질하고 최원호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팬들의 극심한 분노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팬들은 외국인 선수 농사를 망친 손 단장은 왜 책임을 지지 않느냐고 성토했다.

한화는 재계약한 페냐 외에 새롭게 데려온 스미스와 오그레디 모두 대실패였다. 스미스는 개막전 1경기를 던지고 어깨가 아프다며 떠났다. 연봉은 다 보전해줘야 했다. 오그레디는 아직 버티고 있지만, 말 그대로 '삼진 머신'이다. 최근 2번째 2군행을 통보 받았다. 바꿀 선수가 있고, 바꿀 돈이 충분하다면 당장 바꾸는 게 맞겠지만 여러 여건상 쉽사리 교체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듯 보인다. 두 사람 모두 손 단장의 선택이었다.

그런 가운데 산체스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쳐준다면, 당장 한화 선발진이 안정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장기 레이스는 선발투수들에 제 역할을 해줘야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법이다. 여기에 손 단장도 비난보다 칭찬을 받으며 팀 체질 개선에 더욱 매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구단 전체 분위기가 살 수 있다. 산체스 성공에, 오그레디 문제만 해결된다면 한화도 충분히 싸워볼 전력을 구축할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