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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깬' 김은중 감독과 아이들, 골짜기 세대의 유쾌한 반란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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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김은중 감독과 아이들'이 대한민국 축구에 새 역사를 썼다. 한국 20세 이하(U-20) 대표팀은 29일(이하 한국시각) 감비아와의 2023년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조별리그 F조 최종전에서 0대0으로 비겼다. 한국은 프랑스(2대1 승)-온두라스(2대2 무)에 이어 감비아를 상대로도 승점을 쌓았다. 조별리그에서 1승2무로 한국 축구 역사상 U-20 대회에서 처음으로 '무패'로 토너먼트 통과를 기록했다.

▶확실한 스타 없던 '골짜기 세대', 유쾌한 반란

막내들의 '유쾌한' 반란이다. 이번 대표팀은 '골짜기 세대'로 불렸다. 2019년 폴란드대회에선 이강인(마요르카)이란 확실한 스타가 있었다. 2017년 홈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바르샤 듀오' 백승호(전북 현대)와 이승우(수원FC)가 팀을 이끌었다. 이번 '김은중호'에는 확실한 에이스가 없었다. '이름값'에서 다소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변수도 발생했다. 대회 개막을 불과 100일여 앞두고 개최지가 급하게 바뀌었다. 당초 인도네시아에서 정치·종교적 문제 탓에 아르헨티나로 바뀌었다. 시차는 물론, 기후 등 모든 것이 낯선 장소였다. 이번 대회 참가자 중 배준호(대전하나시티즌)를 제외한 대부분이 소속 클럽에서 제대로 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 상황이었다. 김 감독은 "경기 감각들이 떨어져 있는 게 우려된다"고 했을 정도다.

▶약점을 강점으로→우여곡절 이겨내며 '위기 넘기는 힘' 발휘

첫 번째 상대는 '우승후보' 프랑스였다. 한국은 프랑스에 일방적으로 밀렸다. 한국의 점유율은 30%. 프랑스가 57%(경합 상황 14%)를 가지고 갔다. 슈팅수에서도 한국 9개, 프랑스 23개. 한국은 영리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역습과 세트피스 상황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며 2대1 승리했다.

온두라스와의 2차전, 한국은 0-2로 끌려가다 뒷심으로 2대2 무승부를 만들었다.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한 한국은 감비아와의 최종전에서 로테이션을 활용해 무승부를 기록했다. 체력 안배는 물론, 선수단 경기 감각을 끌어올렸다. 무엇보다 한국은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위기를 넘기는 힘을 보여줬다. 한국은 페널티킥 두 차례, 퇴장 한 차례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흔들림 없이 경기를 마쳤다.

'김은중호'는 이번 대회 약점을 오히려 강점으로 승화했다. 특정 선수에게 기대는 것이 아니라 '누가 들어와도' 제 몫을 하는 팀으로 거듭났다. 한국은 2차전에서 교체로 들어온 박승호가 천금 결승골을 뽑아 냈다. 최종전에서는 이날 처음 기회를 잡은 골키퍼 문현호가 '선방쇼'를 펼쳤다. FIFA는 문현호의 선방 장면을 콕 집어 '감비아는 오늘 문전에서는 자신들의 날이 아니라고 결론냈다'고 평가했다. '원팀' 한국은 오른발목 부상으로 이탈한 박승호를 위로하기 위해 감비아전에 앞서 박승호의 등번호 '18'이 새겨진 유니폼을 들고 단체 사진을 찍었다.

▶영광재현 노리는 무서운 막내들,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한국은 6월 2일 B조 2위 에콰도르와 16강전을 벌인다. 에콰도르는 1차전서 미국에 0대1로 패했다. 하지만 슬로바키아(2대1)-피지(9대0)를 연달아 잡고 토너먼트에 합류했다. 눈여겨볼 선수는 '2007년생 재능' 켄드리 파에스(인데펜디엔테 델 바예)다. 파에스는 피지와 경기 시작 7분 만에 수비 뒷공간을 공략해 득점을 완성했다. 현재 첼시 이적설이 뜬 상태다. 한국은 에콰도르 상대로 기분 좋은 추억이 있다. 한국은 2019년 폴란드대회 4강에서 에콰도르를 1대0으로 잡고 결승에 올랐다.

방심은 금물이다. U-20 월드컵은 승패를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어린 선수들인 만큼 아직 경기 경험이 많지 않다. 객관적 실력도 중요하지만 경기 내내 분위기를 잘 탄다. '우승후보' 프랑스, '4강 후보' 일본이 조별리그에서 줄줄이 탈락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프랑스는 첫 경기에서 한국에 패한 뒤 흐름을 잃었다. 일본은 1차전에서 승리하고도 2~3차전에서 내리 역전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김은중호'는 4년 전 준우승에 이어 또 한번 영광 재현에 나선다. 선수들은 "우승이 목표"라며 이를 악물었다. 김 감독은 "이제 단판 승부다. 조심스럽지만,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