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메릴 켈리는 이제 '전국구 에이스' 대우를 받는 거물로 성장했다.
켈리는 내셔널리그(NL) 투수 주요 부문서 대부분 '톱10'에 이름을 올려 놓았다. 올해 사이영상 도전이 가능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켈리는 지난 29일(이하 한국시각)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에서 6⅓이닝 동안 4안타 1실점의 호투를 벌이며 4대2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지난 4월 29일 콜로라도 로키스전 이후 6경기에서 5승, 평균자책점 2.41을 기록했다. 시즌 6승2패, 평균자책점 2.83, 69탈삼진을 마크했다. NL 다승 공동 1위, 평균자책점 6위, 탈삼진 10위, WHIP(1.07) 7위, 피안타율(0.182) 3위, 투구이닝(63⅔) 공동 8위다. 2019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래 가장 눈부신 활약상이다.
특히 이날 보스턴전에서는 10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기염을 토했다. 켈리가 한 경기에서 두자릿 수 탈삼진을 올린 것은 지난 6일 워싱턴 내셔널스전(7이닝 4안타 1실점 10K)에 이어 올시즌 두 번째다. 작년에는 10탈삼진 경기가 없었다.
주목할 것은 탈삼진 10개 중 6개가 '루킹'이라는 점이다. 즉 타자가 배트를 휘두르지 않고 삼진을 당했다는 얘기다.
패장인 알렉스 코라 보스턴 감독은 "그게 바로 피칭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좋은 타자들을 내보내고 풀카운트까지 집중했으나 그의 피칭에 당했다. 여러 구종을 섞어 던지는데, 힘있는 구종이 득세하는 요즘 시대에 켈리의 제구력은 완벽하다. 원하는 코스로 던지는 게 그렉 매덕스를 보는 것 같다. 홈플레이트를 살짝 벗어났다가 다시 돌아온다"며 극찬을 쏟아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제구력을 자랑한 매덕스에 비유한 것이다. 다양한 구종에 허를 찌르는 볼배합과 정교한 제구가 어우려져 루킹 삼진을 대거 잡아낸 게 우연이 아니다.
이날 켈리는 108개의 공을 던졌다. 구종이 무려 6가지나 됐다. 포심 직구와 싱커, 커터,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를 고루 던졌다. 직구 계열인 포심, 싱커, 커터를 63개를 구사했는데, 최고 94.9마일 평균 92.8마일을 찍었다. 비슷한 속도를 내면서도 궤적이 전혀 다른 3가지 직구를 던진 것이다. 여기에 작년까지는 거의 쓰지 않던 슬라이더도 4개를 구사했다. '팔색조'가 따로 없다.
MLB.com은 '켈리의 구종 중 어떤 것도 놀라운 것은 아니지만, 그것들을 근사하게 조합해 뛰어난 피칭을 보여준다'면서 '보스턴과 같은 강타선을 상대로 호투한 것을 보면 2019년 시즌을 앞두고 한국에서 돌아온 이후 애리조나의 핵심 투수로 군림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켈리는 5월 한달 간 5경기에 등판해 31.⅓이닝을 던져 4승, 평균자책점 2.59, 39탈삼진, WHIP 0.83, 피안타율 0.170을 마크했다. 생애 두 번째 '이달의 투수' 후보로 고려해도 된다. 켈리는 작년 8월 이달의 NL 투수로 선정된 바 있다. 당시 6경기에서 4승, 평균자책점 1.31을 올렸다.
이제는 잭 갈렌이 애리조나 에이스 자리를 켈리에 넘겨줘야 할 판이다. 갈렌은 5월 들어 5경기에서 29이닝을 투구해 2승1패, 평균자책점 4.03, 24탈삼진, WHIP 1.34, 피안타율 0.263으로 4월(4승1패, 2.15, 51K)에서 크게 후퇴한 모습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