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배우 이준혁이 기존 댄디한 이미지를 벗고 악랄한 빌런으로 돌아왔다. 영화 '범죄도시3'에서 베일에 싸인 마약 사건의 배후 주성철 역을 맡은 그는 지금까지 보여준 적 없는 새로운 얼굴로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31일 개봉한 '범죄도시3'은 대체불가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가 서울 광수대로 이동 후, 신종 마약 범죄 사건의 배후와 마약 사건에 연루된 또 다른 빌런을 잡기 위해 펼치는 통쾌한 범죄 소탕 작전을 그린 작품이다. 팬데믹 이후 최초로 천만 관객을 달성한 영화 '범죄도시2'의 후속작으로, 전편에 이어 이상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배우 윤계상, 손석구에 이어 '범죄도시3'의 새로운 빌런으로 합류한 이준혁은 "'3세대 빌런'이라는 수식어가 부끄럽다(웃음)"며 "제가 3편 합류 당시, 아직 2편이 개봉 전이어서 '석구형이 출연한 영화가 개봉하는 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작품이 너무 잘 돼서 축하해 주기 바빴다. 최근에 VIP 시사회에서도 손석구 형을 만났는데, 현장 분위기가 정신없어서 특별한 응원을 주고받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이준혁은 본능에 의해 움직이는 전편의 빌런들과는 달리, 전략을 세우는 지능형 빌런으로 변신해 이목을 끌었다. 이에 그는 "주성철이 1, 2편 빌런들보단 확실히 돈이 많은 건 알겠다(웃음)"며 "머리가 좋은 캐릭터를 표현한다는 게 제가 쌓아왔던 이미지에서 도움을 받는 것 같다"며 "'비밀의 숲'에서 검사 역할도 맡았고, 당시 대사량이 워낙 많았다 보니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겸손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간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 온 이준혁은 수려한 비주얼을 뽐내며 연예계 대표 '미남 배우'로도 불려 왔다. '범죄도시3' 연출을 맡은 이상용 감독 역시 최근 진행된 시사회에서 "빌런의 조건 1순위는 외모"라며 극찬하기도 했다.
이에 이준혁은 '꽃미남 빌런' 수식어에 대해 "저 자신을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 없다"면서 "감독님이 주성철과 마석도가 리얼하게 맞서 싸울 수 있길 바라셨고, 저 또한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살고 싶었다. 만약 제 외모에 대한 애착이 컸다면, 스타일 변화에 대한 도전을 쉽게 할 수 없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완성도 높은 캐릭터를 위해 체중 20㎏을 증량하는 등 파격 변신을 시도한 그는 "처음에는 농담처럼 다가왔다"며 "이쁜 근육보다는 살집이 있어 보였으면 했는데, 제가 생각보다 살이 잘 찌는 체질이고 먹는 게 잘 저장되는 몸이라, 가성비가 좋은 육체라고 생각했다. 체지방뿐만 아니라 근육량도 같이 늘려야 해서 맛없는 걸 많이 먹어야 하는 게 다이어트하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범죄도시3' 개봉을 앞두고, 다시 촬영 전 몸 상태로 돌아온 이준혁은 "지금도 살이 다시 급격히 빠지고 나니까, 제 안에 있던 주성철이 뜯겨져 나간 것 같고 자세도 소극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작품에서 벌크업 된 모습과 지금 현재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마치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느낌이 들었다. 제가 또 몸무게를 언제 증량할지 모르고, '범죄도시3'의 경우는 다시 못 볼 것 같아서 다른 작품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배우 마동석과 영화 '신과함께'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을 맞춘 소감도 전했다. 이준혁은 "사실 (마동석과) 촬영 신이 겹치거나 꾸준히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마동석 선배는 지금까지 만나 본 선배들 중 최고였다. 무엇보다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장 크게 느껴졌고, 촬영 끝나고도 밤새서 회의를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굳이 왜 이렇게 힘들게 하시지'가 아니라, '나도 저렇게 영화 이야기를 하고 싶고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란 생각이 들었다. 항상 촬영 현장에서 빈 공간을 채워주는 배우가 있지 않나. 마동석 선배는 워낙 거대하시기도 하지만(웃음), 공간을 잘 채워주시는 단단한 쿠션 같은 분"이라고 존경심을 표했다.
'범죄도시3'에 합류하게 된 것을 '운명'이라고 말한 이준혁은 "제가 '행복'이라는 단어를 쉽게 잘 안 쓰는데, '범죄도시3'가 많은 관객들에 사랑을 받게 된다면 정말 큰 행복을 느끼게 될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