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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회 놓치기 싫다" 심상치 않은 8년차 포수, FA 이탈→안방 공백 해답 되나[광주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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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절박하게 야구하고 있다. 이 기회가 온 걸 놓치고 싶지 않다."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주전 타이틀을 향한 갈증이 느껴진다.

KIA 타이거즈 포수 신범수(25). 2016 신인 드래프트 2차 8라운드로 지명돼 프로 데뷔한 그는 만년 백업이었다. 데뷔 3년차였던 2018시즌 1군 무대를 밟았으나 19경기 26타석 출전에 그쳤다. 39경기 65타석으로 기회를 늘린 2019시즌엔 5월 22일 롯데전에서 2안타를 모두 홈런으로 장식하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으나, 그 뿐이었다. 운도 따라주지 않았다. 시즌을 마친 뒤 상무야구단에 지원, 서류 합격했으나 복무 기간 단축이 겹치며 당초 2명 선발 예정이던 포수 정원이 1명으로 줄어들어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현역병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 KIA에 복귀했으나, 지난해 단 2경기 출전에 그쳤다. 광주동성고 시절 주장으로 매서운 방망이를 뽐냈던 그의 모습도 그렇게 서서히 잊혀지는 듯 했다.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박동원이 FA로 이적하면서 안방에 공백이 생겼다. 한승택 주효상이 개막엔트리에 포함돼 기회를 얻었으나,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지난 14일 신범수가 주효상 대신 1군 엔트리에 등록될 때만 해도 위치는 한승택의 백업이었다. 그러나 신범수는 서서히 출전 시간을 늘려갈 뿐만 아니라, 타석에서도 잇달아 결과를 만들어내며 주목 받기 시작했다. KIA 김종국 감독으로부터 "타석에 서면 기대감이 생기는 선수"라는 찬사까지 들었다.

온통 절박함으로 무장한 신범수다. 지난 24일 대전 한화전에선 우측 폴대를 살짝 벗어나는 파울 홈런을 친 뒤 장민재의 낙차 큰 커브를 잡아당겨 1~2루간 땅볼을 만든 뒤 1루로 전력질주,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내야 안타를 만들어냈다. 큰 체격과 느린 발이라는 선입견을 가진 포수가 1루에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는 모습은 좀처럼 드문 일. 신범수는 당시를 떠올리며 "코치님은 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그 순간엔 꼭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항상 1루에 전력으로 뛰는 습관을 들여놓아서인지 나도 모르게 슬라이딩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더 이상 어린 나이가 아니다. 1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언젠가 또 퇴보할거란 생각이 있다. 지금 절박하게 야구를 하려 노력 중"이라고 했다. 신범수는 31일 광주 KT전에서 데뷔 첫 3안타를 만들면서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했다.

퓨처스(2군)에서 올라온 여느 선수처럼 신범수의 목표도 올 시즌 최대한 오랜 기간 1군에 머무는 것이다. 신범수는 "처음엔 선발 투수와 합을 잘 맞춰야 해서 정신이 없었다. 지금은 자신감이 좀 생긴 것 같다"며 "이젠 선발 라인업을 기다리는 시간이 조마조마하지 않고 설렌다. '오늘 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영원한 주전은 없는 것처럼, 영원한 백업도 없다. 실력으로 자신을 증명한다면 백업이 주전이 되는 것은 하루 아침이다. 어쩌면 KIA는 오랜 안방 고민의 해답에 다가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