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나는 두 아들의 엄마다. 가장 친한 축구친구인 첫째 아들과 FC서울 경기를 직관하는 게 인생의 낙이다."(황규란씨, 47세)
"나는 대전에 거주하는 고3 학생이다. 이름 때문에 어릴적 별명이 '주멘'이었다. 여건상 모든 홈경기를 직관하지 못하지만, 기회가 될 때마다 경기장을 찾아 응원한다."(박주형군, 19세)
나이, 성별, 처한 환경은 각기 다르지만 FC서울의 홈경기가 있는 날이면 이들은 하나가 된다. 서울의 '검빨'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모여 '진군가'를 열창한다. 서울 선수들의 플레이에 열광하고, 경기 결과에 다같이 울고 웃는다. 이렇게 모여 2023시즌 서울 홈경기를 직관한 팬들의 숫자는 경기당 평균 2만1941명에 달한다. '하나원큐 K리그1 2023' 29라운드 현재, 유일한 '평관(평균관중)' 2만명 클럽이다. 누적관중 32만9116명으로, 남은 홈경기에서 7만884명이 경기장을 찾으면 유료관중 집계 이후 40만명을 달성하는 최초의 기록을 쓴다. 팬들이 없으면 불가능한 기록이다.
서울 홈경기 직관 관중을 연령별로 분석하면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시즌과 이번 시즌을 비교하면 어린이팬의 비율이 14%에서 16%로 늘었고, 성인팬의 비율이 80%에서 77%로 줄었다. 여성팬의 비율이 27%에서 32%로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어린이팬, 여성팬의 '지분'이 증가했다. 이러한 변화가 홈경기 평관의 파이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4년차 서울팬 이하늘씨(27)는 "2019년 8월, 아는 언니를 따라 대구전을 직관한 게 시작이었다. 처음엔 E석에 앉았는데, 그곳에서 바라보는 N석(서울 홈서포터석)의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 90분 내내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팬들과 화려한 깃발들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세번째 직관부터 N석에서 응원했다"고 말했다. 최근 친구 한 명을 서울팬으로 입문시켰다고 한다.
이들은 황금 주말, 경기장을 찾는다. 무엇에 이끌린 걸까. 10대부터 40대까지 연령별 서울팬 4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10년간 서울의 골대 뒤(N석)를 지켰다는 유지훈씨(30)는 "'진군가'부터 시작해 '밥송'으로 끝나는 메들리는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다. 특히 북측 광장에서 수천명이 '서울의 날'을 다같이 부를 때 온몸에 전율이 돋는다"고 했다. 2005년 서울팬으로 입문해 2013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준우승, 2016년 정규리그 우승 등 수많은 역사적인 현장을 목격한 황규란씨는 "잔디의 향긋함과 맥주의 청량감, 폭발하는 아드레날린, 이렇게 오감으로 느끼는 축구 직관의 맛은 중독적"이라고 했다.
많은 팀 중 유독 서울을 응원하고 애정하는 이유는 뭘까. 황규란씨는 "고1 아들과 A매치 경기를 보고 나오며 '엄마는 서울 경기가 더 재밌어'라고 하자 아들이 맞장구를 쳤다. 내가 애정하는 팀을 목청껏 응원하고 경기에서 승리하면 일주일 내내 행복하다"고 말했다. 박주형씨는 "떳떳한 절차를 거친 연고이전을 두고 'XX'이라는 멸칭으로 (상대팀이)우리를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더 큰 목소리로 반박하며 서울을 응원한다. 그런 사실을 대변할 때 특별한 소속감을 느낀다"고 했다. 서울팬들은 2018년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서울의 강등을 기원한 일명 '연합군'의 존재를 확인한 것이 더 결집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황규란씨는 "서울 홈구장에선 아이 키우는 부모가 들으면 깜짝 놀랄 비속어나 표현이 없다는 게 마음에 드는 포인트"라고 했고, 이하늘씨도 "서울은 노골적인 안티콜(상대 비방 목적의 응원)이 없어서 좋다"고 거들었다.
서울은 9월 A매치 전 슈퍼매치에서 승리하며 기나긴 무승에서 탈출했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김진규 감독대행의 존재와 상위스플릿 진출 가능성(현재 4위)은 팬들의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 경기장을 더 찾게하는 요인이다. 유지훈씨는 "서울은 결코 우아하지 않았다. 리그의 끈덕진 악동이었다. 이기기 어려운 팀, 만나기 껄끄러운 팀이라는 서울의 가치를 되찾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최고라는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한다. 뒤에는 우리가 있다"고 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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