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정빛 기자] '카지노'에서 '잭팟'이 터지는 순간이다. 25년 만에 스크린 밖 도전에 나선 배우 최민식, 처음 시리즈물 연출과 극본을 맡은 강윤성 감독이 '카지노'를 통해 국내 스트리밍 콘텐츠를 대상으로 하는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드라마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품에 안았다. 두 시간 남짓 분량의 영화로는 길게 느낄 수 없었던 감동을 무려 16부작으로 풍성하게 이어간 것에 대한 금자탑이 분명하다.
여기에는 시리즈물에 탄탄한 내공을 자랑하는 제작사 아크미디어, SLL 산하 비에이엔터테인먼트, 씨제스스튜디오가 있었기에, 좋은 시너지가 난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 제작사들을 대표해 아크미디어 안창현 대표를 만나 '카지노'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지난 7월 19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제2회 청룡시리즈어워즈, 그 뜨겁고 찬란했던 영광의 순간도 다시 돌이키면서 말이다.
사실 이날 '카지노' 팀은 끈끈한 의리를 자랑한 바다. 레드카펫을 함께 걷는가 하면, 시상식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뽐낸 것이다. 특히 최우수작품상으로 불렸을 때는, 최민식부터 이동휘, 김주령, 강윤성 감독 등 함께 기쁨을 나눈 가운데, 멋있게 차려입은 이들 사이에서 회색 카라 티셔츠 차림으로 나타난 안 대표가 멋쩍게 소감을 먼저 말해, 눈길을 끌었다.
안 대표는 "사실 다른 시상식 때 제가 최민식 선배님 대타로 갔었는데, 저희 작품은 19세 미만 시청 불가라 안 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에 청룡에서 후보라고 연락왔을 때, 작품은 어렵겠고 최민식 선배님이 받으시겠다고 추측했었다. 그날 감독님과 차타고 가면서도, 후보 중에 우리 배우 중 한 명이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옷도 원래 양복 입는 스타일도 아닌데, 감독님도 혹시 모르니 입자고 하시더라. 그런데 설마 받겠냐면서, 받으면 뒤에 있겠다고 했다. 그래서 진짜 상 받을지 몰랐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예상치 못했던 수상 결과라, 미처 다 말하지 못했던 소감을 다시 차분하게 얘기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원래 공동제작사 대표님들 다 같이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경황이 없었다. 그래서 다음날 따로 연락드렸다. 진짜 그때 생각나는 것은 진짜 코로나, 디즈니+, 감독님, 배우들밖에 없었다. 저도 물론 우리 딸 사랑한다고도 하고 싶었지만, 그런 것 없이 후다닥 말하고 나왔던 것 같다"며 웃었다.
코로나19가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안 대표는 지금까지 제작한 작품 중에서 코로나19 변수로 인해 '카지노'가 가장 힘들고 어려운 환경이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카지노'는 돈도 빽도 없이 필리핀에서 카지노의 전설이 된 남자 차무식(최민식)이 살인사건에 휘말리면서 인생의 벼랑 끝 목숨 건 최후의 베팅을 시작하게 되는 강렬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필리핀이 작품 배경이 된다.
"코로나 때문에 어려웠다. 우리나라에서 촬영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표현을 잘 해야하는데, 코로나로 환경이 안 좋다 보니 힘들더라. 여건이나 장비라는 것이 환경적으로 어렵다 보니, 일산 킨텍스 앞에 3000평 땅을 빌려 세트를 지었다. 그런데 그 책임에 대한 것 때문에 감독님과 세 달 동안 줄다리기를 했었다. 필리핀에서는 최소한만 찍으려고 했는데, 선발대가 답사 갔을 때도 로케이션 사기 당하는가 하면, 선발대 전원이 코로나 걸리기도 했다. 한명씩 격리 풀리는 것도 달라서 하루에 화상통화만 몇 번씩 했다."
그러면서 '카지노'로 배운 점도 짚었다. "'카지노'로 경험하지 못했던 큰 신들도 많이 했다. CG일 수도 있고, 미술일 수도 있는데 '카지노'를 통해 배웠다. 촬영은 똑같아도 후반 보정도 다르고, 시도도 많이 했다. 물론 사후신, 전쟁신도 해봤지만, '카지노'에서 딥페이크도 해보고, 후반 공정은 이렇게 하는 구나를 많이 배웠다. 또 어느 순간부터 로케이션을 이렇게 나가는 드라마가 잘 없었는데, 다음 제작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이제는 사기 안 당하려고 영어 잘하는 인재들도 차출해 왔는데, '카지노' 때문에 영어가 늘어서 왔더라(웃음)."
영광의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카지노' 팀의 회식은 어땠는지에도 궁금증이 생긴다. "원래 그날 인천에서 바로 하려고 했는데, 끝나니 너무 늦은 시간이더라. 따로 날을 잡았다. 다들 본업이 있으니 전원이 참석하지는 못하고 한 50명 정도 오셨다. 근황 이야기하고, 촬영 당시 때 추억도 하고 그랬다. 작품상이라는 것이 다 고생하셔서 주신 상이라고 생각한다. 트로피 여섯 개를 복사해서 감독님과 제작사들과 플랫폼에서 다 나눠 가졌다."
'카지노'의 경험이 아크미디어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큰 원동력이 됐다. 안 대표는 "하나를 하더라도 크게 이슈될 수 있고 오래 각인될 수 있는 드라마를 기획하고 제작한다는 것이 저희의 미래 대응 전략이다. 그런 색깔을 만들고 싶고, 이슈적인 것을 해보고 싶다. 드라마 개수로 꾸준히 했을 때보다, 이제는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는 드라마를 해야 한다고 하더라. 처음에는 그게 뭐가 중요하냐고 했는데, '연모'가 잘 되고 '카지노'가 이렇게 상 받았을 때 그 말이 기억나더라. 이제 여기 있는 다른 친구들도 이끌어 가야 하고, 제가 선택한 작가님들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데 압박도 받아서 현실적으로 가는 것 같다. 드라마 시장 어려워도 아크미디어는 괜찮겠지라고 하지만, 전혀 아니다. 저도 경쟁을 해야 하고, 특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년 농사를 지금부터 짓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