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지난 15일 수원 KT위즈파크.
KT 위즈 선수들이 플레이오프를 위한 첫 훈련을 하는 날이었다. 타격 훈련을 지켜보던 KT 이강철 감독이 갑자기 "넌 일루 와"라며 한 선수를 불러 세웠다. 박병호였다. 번트 훈련을 하러 가는 것을 보고 돌아오라고 한 것. 박병호는 굳이 번트 훈련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18일 수원에서 만난 이 감독은 "박병호 외엔 전원 번트 훈련을 시키고 있다"라고 밝혔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1점이 필요할 땐 번트를 시키겠다는 뜻이다.
꼴찌에서 2위로 마무리를 지은 KT는 10개구단 중 가장 빠른 10일 정규리그 최종전을 끝냈다. 벌써 일주일 넘게 휴식기를 가지고 있는 상황. 플레이오프 1차전까지 3주 정도 휴식을 가진 뒤 출격 한다. 다행스럽게도 피로도를 보였던 벤자민과 타구에 팔을 맞은 고영표의 상태가 호전 중이다.
갈비뼈 미세 골절로 시즌 아웃됐던 엄상백도 완쾌돼 18일 라이브 피칭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 감독으 "데이터 상으로 예전 실전에서 던질 때와 다르지 않게 나왔다. 구속만 올라오면 좋아질 것 같다"면서 "플레이오프까지는 투구수를 60개 정도까지 올리게 해서 중간 계투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큰 경기에서 마운드가 안정되는 상황이라 점수를 어떻게 뽑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KT는 시즌 막판 희생번트 상황을 힘들게 한 적도 있었다. 지난 9월 22일 광주 KIA전에서 두차례나 희생번트를 위해 대타를 낸 것. 당시 1-2로 뒤진 9회초 무사 1루서 조용호 대신 이시원을 투입했는데 두차례 번트가 모두 파울로 실패하자 다시 대타 이호연을 투입했다. 안타가 되며 무사 1,2루.
1번 배정대 타석에 다시 송민섭이 대타로 나섰다. 배정대 보다 송민섭이 번트를 더 잘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송민섭도 두차례 번트 시도가 모두 파울이 되며 실패했고, 다시 타격을 위한 대타를 냈다. 결국 이날 KT는 무사 1,2루의 찬스에서 동점을 만들지 못하고 패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이런 상황이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이 감독은 "우리팀은 타격과 수비를 둘 다 잘하는 선수가 드물다. 그래서 사실 엔트리를 짜는 것도 참 어렵다"면서 "어떤 타자에게 상황이 올지 몰라 박병호만 빼고 다 번트 연습을 하라고 했다. 우리가 선발도 좋고, 불펜도 나쁘지 않기 때문에 리드를 잡으면 경기를 잘 풀어갈 수 있다"라고 작전의 중요성을 말했다. 수원=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