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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석 대신 대체발탁' 박진섭의 인생역전, '무명→AG 와카'에서 'A대표 승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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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이쯤되면 진짜 '인생역전'이다.

박진섭(28·전북 현대)이 생애 첫 A대표팀 승선의 영예를 맛봤다. 대한축구협회(KFA)는 16일 '홍현석(헨트)을 부상으로 제외하고, 박진섭을 대체 발탁한다'고 발표했다. KFA는 '15일 공식 훈련 전 홍현석이 왼쪽 정강이 부위에 불편함을 느꼈고, 검사 결과 미세한 피로 골절로 판정받았다'며 '심각한 부상은 아니나 피로 골절의 경우 초반 관리가 중요하다는 의무 팀의 판단으로 예방과 휴식 차원에서 제외를 결정했다. 싱가포르전 이후 소집 해제된다'고 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곧바로 홍현석의 대체자를 물색했고, 박진섭을 찍었다. 박진섭은 15일 밤에 대표팀에 합류했다.

박진섭은 잊을 수 없는 2023년을 보내고 있다. 그는 지난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와일드카드로 발탁됐다. 생애 첫 태극마크였다. 연령별 대표 경험 한번 없던 박진섭은 황선홍 감독으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아, 와일드카드의 중책을 맡았다. 박진섭은 센터백으로 아시안게임대표팀의 후방을 든든히 지키며, 금메달에 일조했다. 그리고 두 달도 되지 않아, A대표팀 발탁까지 이뤄냈다.

박진섭은 철저한 무명이었다. 서울문화예술대 출신인 그는 두번이나 U리그 득점왕에 오르며 프로 입단의 기회를 얻었지만, 당시 입단을 권유한 최문식 전 대전 감독이 팀을 떠나며 없던 일이 됐다. 이후 K3리그 입단을 모색하던 박진섭은 입단 테스트를 거쳐 내셔널리그 대전코레일 유니폼을 입었다. 미드필더로 변신한 박진섭은 왕성한 활동량과 득점력으로 주목을 받았고, 2019년 K리그2 안산 그리너스와 계약했다. 안산에서도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박진섭은 적지 않은 이적료까지 발생시키며 2020년 기업구단으로 재창단된 대전하나시티즌으로 이적했다.

박진섭은 대전에서 뛰며, 리그에서 주목받는 선수로 성장했다.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를 모두 커버하며, 필요할때마다 한방을 터뜨렸다. 2020년 하반기부터는 대전의 주장 완장까지 찼다. 박진섭은 2021년 K리그2 베스트11 미드필더 부문을 수상했다. 그런 박진섭을 향해 '절대 1강' 전북이 러브콜을 보냈다. "K리그1에서 뛰는게 목표"라고 했던 박진섭이 2022년 전북 유니폼을 입으며, 단숨에 리그 최정상팀 선수로 신분이 바뀌었다. 더욱이 박진섭은 '전주 로컬 보이'였다.

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한 전북에서도 박진섭은 빛을 잃지 않았다. 김상식 전 감독의 권유 속 센터백으로 전향하며, 새로운 길을 열었다. 스리백의 중앙만 가능한 줄 알았던 박진섭은 생소한 포백의 왼쪽 센터백 자리에서 '포텐'을 터뜨렸다. 전북의 주전 센터백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박진섭은 2022년 K리그1 베스트11 수비수 부문에 선정됐다. 내셔널리그에서 뛰던 박진섭이 K리그1 최고의 선수가 된 순간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박진섭은 아시안게임을 통해 막연하게 꾸던 태극마크의 꿈을 이뤘다. 쿠웨이트와의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1차전에서 울려퍼진 애국가에 울컥하던 박진섭이었다. "축구를 하면서 늘 꿈꿔온게 A대표팀이다. 아시안게임 이후 조금이나마 희망을 더욱 높이고 있다. 열심히 하면 지금껏 그래온 것처럼 나에게도 꿈같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라던 박진섭은 마침내 그토록 소망하던 A대표팀까지 승선했다. 최고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박진섭은 폭넓은 활동량과 터프한 수비력, 높은 타점의 헤더, 여기에 빌드업 능력까지 갖췄다. 대표팀의 약점인 수비형 미드필더를 소화할 수 있는데다, 때에 따라 센터백 역할도 가능하다. 아시안게임을 통해 국제경험까지 더했다. 경쟁력은 충분하다. 무명→K리그1 최고 선수→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에서 A대표팀 승선까지, 박진섭의 드라마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