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우주의 기운이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과 64년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한국 축구로 쏠리고 있는걸까.
대표팀은 이번 카타르아시안컵에서 16강 사우디아라비아전과 8강 호주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종료 1분여를 앞두고 모두 '극장 동점골'을 넣으며 연속해서 역전 드라마를 펼쳤다. 사우디전에선 99분 특급 조커로 나선 조규성(미트윌란)의 헤더 동점골로 연장전에 돌입한 한국은 승부차기에서 조현우(울산)의 연이은 선방에 힘입어 승부차기 스코어 4-2로 8강에 올랐고, 3일 호주전에선 0-1로 끌려가던 96분 황희찬(울버햄턴)이 주장 손흥민(토트넘)이 얻어낸 페널티를 침착하게 성공시켰다. 한국은 연장 전반 14분 손흥민의 그림같은 프리킥 득점으로 2대1 대역전승을 거두며 9년 전인 2015년 호주대회 결승에서 패한 설움을 씻어냈다.
한국이 아시안컵 무대에서 2경기 연속 연장전을 경험한 건 손흥민의 A매치 데뷔 무대였던 2011년 카타르대회 때다. 그 정도로 두 경기 연속 이같은 '극장 경기'가 나오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리고 이렇게 연장승부에서 연속해서 승리하는 경우도 드물다. 선수들의 피땀으로 일궈낸 역전극이지만, 어느정도는 행운이 따른다고도 볼 수 있다. '아시아의 월드컵'과 같은 큰 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선 어느정도 행운이 따라야 하는 건 당연하다. 호주전에서 손흥민을 밀착 마크하던 상대 수비수가 무리하게 태클을 하지 않아 페널티를 내주지 않았더라면, 호주가 연장전 역습 상황에서 득점 기회를 살렸더라면, 사우디가 조규성을 향한 설영우(울산)의 헤더 패스를 차단했더라면, 역사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두 편의 역전 드라마는 행운과 교체술에 의해 쓰여졌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16강 사우디전에서 준비가 덜 된 스리백 카드를 빼들며 탈락 위기를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교체술만큼은 16강과 8강전에서 연속해서 적중했다.
그는 호주전에서 0-1로 끌려가던 후반 24분 선발 투입한 원톱 공격수 조규성을 과감히 벤치로 불러들이고 미드필더 이재성을 투입했다. 골이 필요한 상황에서 공격수를 벤치로 불러들였다. 2선에 배치된 손흥민을 최전방에 올리는 '손톱 전술'로 바꾸면서 이재성의 플레이메이커 역량을 극대화하겠단 복안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결정은 옳았다. 이재성은 본래 자리인 2선 가운데에서 특유의 왕성한 활동량과 전방 압박, 문전 침투 등 다양한 능력을 뽐냈다. 황희찬의 자리인 왼쪽 측면에 배치된 조별리그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패색이 짙은 후반 40분, 라이트백 김태환을 불러들이고 '막내' 양현준을 깜짝투입했다. 승부수였다. 양현준은 이번대회 출전 경험이 없었다. 벤치에 앉지 못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양현준은 투입 직후부터 저돌적인 돌파와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펼쳤다. 강원에서 뛰던 시절, K리그 올스타 일원으로 토트넘과 올스타전에서 보여준 모습 그대로였다. 드리블이 실패해도 또 도전하는 강단을 보였다. 양현준의 저돌성은 호주 수비진에 조금씩 균열을 만들었다.
이재성과 양현준이 투입된 이후 한국 대표팀은 잃었던 생기를 되찾았다. 종료 직전 페널티를 얻은 건 손흥민의 개인 전술이었지만, 그전까지 한국이 주도권을 쥔 상태로 계속해서 상대를 몰아붙일 수 있게 만든 건 두 명의 교체 자원이었다. 둘은 연장전에서도 쉴새없이 그라운드를 누볐다. 양현준은 연장후반 막바지 절호의 득점 찬스를 맞았으나, 상대 골키퍼 맷 라이언의 선방에 막혔다.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 이강인 등 일부 선수들의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소위 '해줘 축구'로 여전히 비판받고 있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교체술이 적중하는 횟수가 늘어나는 점은 고무적이다. 한국은 이제 선제실점하며 질질 끌려가더라도 불안해하지 않을 정도의 분위기를 조성했다. 손흥민은 호주전을 마치고 "이런 승리를 원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승리하면서 팀 분위기가 좋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 한껏 분위기를 띄운 상태에서 오는 7일, 8강에서 타지키스탄을 1대0으로 꺾고 올라온 요르단과 준결승에서 격돌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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