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정몽규 나가!"
태극전사들에 따뜻한 박수를 보내던 팬들의 준엄한 외침이었다. 한국은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태국과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C조 3차전을 치렀다. 지난 두 달간 한국축구는 아시안컵 후폭풍에 흔들렸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남긴 생채기가 너무 컸다. 64년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실패한 것은 물론, 팀 전체를 무너뜨렸다. 이 과정에서 아시안컵에서 '두 영웅' 손흥민(토트넘)-이강인(파리생제르맹)의 충돌, 이른바 '탁구게이트'까지 알려지며 한국축구는 큰 충격을 받았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을 비롯해, 지난 몇년간 실정을 거듭한 정몽규 회장을 향해 화살이 날아갔다. 정 회장의 퇴진을 외치는 목소리가 물결쳤다.
정 회장이 고개를 숙였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후 대회 전 일부 선수들과 대한축구협회 스태프간의 도박성 카드 놀이를 했다는 의혹, '카드게이트'까지 제기됐다. 일부 팬들을 중심으로 태국전에 보이콧을 해야한다는 주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카드게이트'가 터진 당일, 태국전 티켓이 전석 매진됐다. 대표팀 공식 서포터스 '붉은악마'는 같은 날 "이번 사태는 축구협회의 잘못으로,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이 응원받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한국축구에 대한 팬들의 신뢰를 다시 한번 확인했지만, 정 회장을 향한 시선은 여전히 곱지 못했다.
결국 붉은악마가 움직였다. 붉은악마는 경기 전 준비한 플래카드를 꺼내들었다. '정몽규 나가' 깃발이 나부꼈다. 뒤에는 '협회는 정몽규의 소유물 X', '정몽규의 몽청한 행위 규탄한다', '외인에겐 호구', '선수들은 방패막이' 등의 걸개가 걸려있었다. 팬들은 '정몽규 OUT'이라고 적은 종이를 들고 "정몽규 나가"를 외쳤다. 붉은악마는 선수들에게는 뜨거운 응원을 보내면서도 기회가 될때마다 "정몽규 나가"를 외쳤다. 그간 한 협회의 모든 실기에 항의하는 간절한 외침이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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