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서건우가 사고를 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이창건 태권도 국가대표팀 감독의 미소였다. 한국 태권도는 직전 도쿄올림픽에서 '노골드'의 수모를 겪었다. 2000년 시드니대회에서 태권도가 처음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후 한국이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것은 도쿄대회가 처음이었다. 역대 최다인 6명이 출전했지만,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수확하는데 그쳤다.
2024년 파리올림픽에 나서는 한국 태권도의 지상과제는 '명예회복'이다. 최소 1개 이상의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그렇지만 상황은 썩 좋지 않다. 국제 태권도는 갈수록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 누가 우승을 하고, 누가 예선탈락을 해도 이상하지 않다. 여기에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 박태준(경희대·남자 58㎏급) 서건우(한국체대·남자 80㎏급) 김유진(울산광역시체육회·여자 57㎏급) 이다빈(서울시청·여자 67㎏ 초과급), 4명의 선수를 파견한다. 한국 태권도가 올림픽에 4명 이하의 선수를 내보내는 것은 2012년 런던 대회 이후 처음이다. 그나마도 올림픽 경험이 있는 선수는 도쿄대회서 은메달을 획득한 이다빈이 유일하다.
이다빈과 박태준이 유력 금메달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다크호스는 단연 서건우다. 서건우는 이미 새 역사를 썼다. 한국 태권도가 이 체급에서 올림픽에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내친 김에 메달도 도전하고 있다. 이 감독은 "다른 선수들도 다 열심히 하지만, 서건우는 훈련을 정말 많이 한다. 에너지가 넘친다. 상대가 체격조건이나 파워에서 앞서지만, 서건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몰아붙일 수 있는 체력이 있다"고 칭찬했다.
경쟁력은 충분하다. 그는 지난해 12월 열린 세계태권도연맹(WT) 월드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올림픽 랭킹 1위 시모네 알레시오(이탈리아), 2020년 도쿄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살리흐 엘샤라바티(요르단)와 동메달리스트 세이프 에이사(이집트)를 차례로 꺾으며 정상에 섰다. 올림픽 랭킹도 4위다. 8강에서 만날 것이 유력한 살리흐의 벽만 잘 넘긴다면, 당일 컨디션에 따라 금메달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서건우는 현재 힘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웨이트에 집중하고 있다. 초반에는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강점인 체력에 힘까지 더해졌다.
여덟살때 아버지가 운영하는 태권도장을 다니며 자연스럽게 태권도와 연을 맺은 서건우는 '중량급의 희망'으로 성장했다. 그의 SNS 프로필에는 '제발…'이라고 쓰여있다. 그만큼 올림픽 메달이 간절하다. 서건우의 아버지는 태권도 선수 서건우를 만들었지만, 여전히 평가는 냉정하다. 서건우는 아버지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 그리고 한국 태권도 역사에 없는 남자 80㎏급 금메달을 위해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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