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생애 최악의 한해가 될 수도 있었다. 뒤늦게 사령탑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 수만 있다면, 선수의 가치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롯데 자이언츠 구승민(34)은 올시즌이 끝난 뒤 FA가 된다.
4년 연속 20홀드로 롯데 구단의 새 역사를 쓴 그다. 올해 만약 5년 연속 20홀드에 성공했다면, 안지만(전 삼성 라이온즈·4년 연속)을 넘어 KBO리그 역대 최초 기록을 쓸 수도 있었다.
그 부담감 때문일까. 시즌 스타트는 최악이었다. 3~4월 9경기에 등판했지만, 5⅓이닝에 그쳤다. 4월까지의 평균자책점은 무려 21.94였다.
구승민의 부진은 '명장' 김태형 감독의 부임과 함께 희망차게 시작한 시즌도 흔들어 놓았다.
3월 1승6패, 4월 7승15패1무의 참담한 성적표가 뒤따랐다. 중요한 순간마다 믿고 내보낸 필승조가 무너지기를 거듭한 결과다. 사령탑도 "구위도 괜찮고 커맨드도 큰 문제 없는 것 같은데…"라며 머리를 싸맬 정도였다.
하지만 구승민은 이후 조금씩 자신의 위치를 되찾았다. 전반기와 후반기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다. 전반기엔 피홈런 5개, 피OPS(피출루율+피장타율) 0.949라는 믿을 수 없는 기록의 연속이었다. 추격조도 불안할 지경이었다.
후반기에는 우선 피홈런이 하나도 없다. 리그 최고의 필승조 중 한명으로 꼽히던 직구와 포크볼의 구위를 되찾았다. 특히 8월에는 12경기 12⅓이닝을 소화하며 월간 평균자책점 0.73의 짠물투를 펼쳤다. 자책점은 단 1점 뿐이다.
구승민과 '구원 듀오'로 호흡을 맞춰온 김원중 역시 8월 평균자책점 1.04로 호투했다. 두 선수가 살아나면서 불펜이 안정을 찾았고, 롯데는 8월 한달간 14승8패의 상승세를 타며 다시 한번 5강권에 바짝 다가섰다. 삼성(17승7패)의 뒤를 이어 월간 성적 2위다. 지난 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승리로 7위까지 올라섰다. 5강 마지노선인 KT 위즈에도 2경기 반 차이로 다가섰다.
롯데는 메이저리거 이대호의 컴백 시즌이었던 2017년 이후 7년만의 가을야구에 도전 중이다. '로이스터+양승호 시대(2008~2012년)' 이후 11년간 단 1번밖에 가지 못한 포스트시즌, 그래서 구승민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무대다. 구승민은 2014년에 입단했고, 2017년에는 군복무중이었다.
반즈-윌커슨-레이예스로 이어지는 외국인 선수 라인업은 최근 몇년새 최고다. 어느 팀과 견줘도 꿀리지 않는다. 여기에 명장의 지휘 하에 나승엽 고승민 윤동희 등 젊은 타자들도 한꺼번에 터졌다. 잘 던지던 김진욱이 다소 흔들리고 있지만, 신인 정현수가 그 상실감을 채워주고 있다.
구승민만 사령탑의 신뢰에 보답해준다면, 생애 첫 가을야구는 꿈이 아니다. 최악의 한해가 될 뻔했던 올해를 최고의 한해로 바꿔놓을 수 있다. 큰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올시즌 감점된 평가도 회복할 수 있다. 바로 지금이 '예비 FA'의 존재감을 보여줄 때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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