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정종진(20기, SS, 김포)이었다. 정종진이 지난 13일 펼쳐진 경륜 개장 30주년 기념 대상 경륜에서 영원한 맞수 임채빈(25기, SS, 수성)을 5전 6기 끝에 꺾고 '끝나지 않은 전쟁'을 선포했다.
그랑프리 5회 우승에 빛나는 정종진과 지난해 총 60회 출전에서 전승 우승의 신화를 쓴 임채빈은 2021년부터 굳건한 2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경륜의 살아있는 전설' 임채빈, '경륜 황제' 정종진의 맞대결이 열리는 날에는 어김없이 이번에도 임채빈이냐, 이번에는 정종진이냐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진다.
이전 대회까지는 상대 전적에서 임채빈이 6승 1패로 앞서며 무게추는 임채빈에게 급격히 기울어진 상황이었다. 특히 4월 대상 경륜에서 정종진이 임채빈을 꺾은 이후 5회 연속으로 패하자, 이제는 임채빈의 1인 독주체제 시대가 열렸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1987년생인 정종진에게는 일정 나이가 되면 운동능력이 저하되어 기량이 하락하는 노화 곡선(에이징 커브)의 위험이 언제든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종진은 이번 대회 우승을 통해 세간의 평가를 완전히 뒤집으며 '지는 해'가 아님을 몸소 실력으로 입증했다.
임채빈의 활약에 가려진 면이 있을 뿐 사실 정종진은 올해 흠잡을 데 없는 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정종진은 지난 2월 전원규(23기, SS, 동서울)와 임채빈 단 2명에게만 우승을 빼앗겼다. 그 반면에 임채빈은 정종진, 3월 3일 전원규, 10월 12일 양승원(22기, SS, 청주)까지 총 3명에게 우승을 빼앗겼다.
현재 정종진은 현재까지 승률 87%를 기록하고 있으며, 연대율은 무려 98%에 달한다. 입상권에서 벗어난 경우는 지난 2월 대상 경륜에서 젖히기 전법에 실패하여 4착에 그친 경우가 유일하다. 임채빈의 승률 92%, 연대율 100%와 큰 차이가 없는 뛰어난 성적이다.
이 기록은 임채빈이 등장하기 이전 그랑프리 4연패를 달성하며 '경륜 황제'로 군림했던 2016년부터 2019년까지의 본인 기록과도 비교해서도 전혀 뒤지지 않을 정도다.
연대율은 올해가 더 높고, 심지어 2016년과 2018년은 입상권 밖으로 4번이나 밀렸지만, 올해는 임채빈과 8차례나 맞대결을 펼쳤음에도 단 한 차례만 입상권에 들지 못했다는 점은 더욱 놀라울 정도다.
물론 지난 10월 대상 경륜의 결과만을 놓고 정종진이 임채빈을 다 따라잡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임채빈은 2주 연속으로 출전하여 피로가 누적된 탓인지 금요일 예선전부터 평소보다는 종속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고, 결승선을 통과한 후에는 멋쩍은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승전에서 선보인 정종진의 젖히기는 왜 본인이 '경륜 황제'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도 모자람이 없는 멋진 모습이었다.
이제 이 둘의 맞대결은 올해 말 그랑프리에서 펼쳐질 전망이다. 이에 경륜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이목도 그랑프리에 집중되고 있다.
예상지 '경륜박사'의 박진수 팀장은 "올해 정종진의 모든 경주 성적 지표가 임채빈이 등장하기 전 전성기 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다"면서 "오히려 그 당시보다 속력은 더 빨라졌고, 경기를 읽는 시야, 승부수를 띄우는 결단력도 더 좋아졌다. 이번 대회의 완승으로 자신감마저 더해진 정종진은 임채빈에게 '끝나지 않은 전쟁'을 선포하며, 사상 최초 그랑프리 6회 우승을 정조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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