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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 서현이는 평수 넓은 신축 아파트에서 자랐다. 계모인 엄마는 학부모회장까지 맡고 있었다. 워낙에 싹싹하고 애교가 많아 아파트 주민들뿐 아니라 학교 학부모·교사들과도 친하게 지낸 여성이었다. 여기에 서현이는 모든 교과에서 100점을 맞았던 우등생이었다. 겉으로 보면 완벽한 가정이었다. 그러나 그 속살을 들여다보면 끔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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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인들은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공부 잘하고 모범생인 서현이가 그맘때 아이들이 그러하듯, 부주의하다고 여겼다. 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하던 과외 교사도, 서현이를 치료했던 의사도, 아파트 이웃들도, 자주 멍이 드는 서현이의 상태를 눈여겨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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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여우) 같은 게 거짓말도 잘하네. 안 행복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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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가 쓴 '잊혀지지 않을 권리'(느린서재)에 나오는 '서현이 사건' 이야기다. 그는 이 사건을 알게 된 후 이전과는 180도 달라진 시민단체 활동가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공 대표는 아동학대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자료를 모으고 사건의 재판을 찾아가 방청 기록을 하며, 가해자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탄원서를 제출하는 일을 한다. 책은 지난 12년간 아동학대 사건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저자가 재판정에서 보고 듣고 정리한 자료들을 기록한 결과물이다. 종교에 빠진 엄마 탓에 사이비 종교인에게 매를 맞아 죽은 수인이, 굶어 죽은 지 6개월 만에 미라 상태로 발견된 보름이, 21일간 방치돼 굶어 죽은 주현이, 개 사료를 훔쳐 먹다 죽은 예린이, 태어날 때보다 몸무게가 덜 나갈 정도로 굶어 죽은 별리 등의 사연이 수록돼 있다.
"이 글은 잊혀져서는 안 되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잊는 순간 아이들의 존재와 함께 미안하다는 반성과 다른 아이들은 지켜주겠다는 다짐마저 사라져버리고 만다. 아이들의 죽음이 법과 시스템을 개선하는 슬픈 계기가 되었기에 이 아이들은 '잊혀지지 않을 권리'를 가지고 있고 우리는 그것을 지켜주어야 한다."
376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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