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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말하려는 건 어쩌면 이런 거다.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모두 똑같이 잘못 기억한다는 것이다. 사실 인간의 기억력이란 그리 신뢰할 만한 구석이 없다. 자기 입장에서 유리한 것만 기억하기 쉬워서다. 싸움만 해도 그렇다. 부부싸움, 친구와의 싸움은 지난한 '견강부회'(牽强附會·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억지로 끌어 붙여 자기에게 유리하게 함)의 과정일 뿐이다. 진실은 쉽사리 휘발되고, 싸움의 부유물인 생채기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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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 따르면 상상력과 마찬가지로 기억력은 우리가 지금, 이 시점에서 느낄 수 없는 것을 보는 능력이다. 상상력이 실제로 거기에 있지 않은 것을 보는 능력이듯, "기억력은 거기에 더는 있지 않은 것을 우리가 볼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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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빈약함, 낮은 신뢰성, 결함, 왜곡은 우리의 기억을 좀먹는다"며 하지만 "이처럼 허술하게 작동하는 기억력 덕분에 인간은 특출나게 상상적인 동물"이 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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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정신은 여러 뇌 기능 간의 상호작용에 더 가까울 것이다. 그것은 기억과 예측이 불꽃을 일으키며 서로 부딪혀 긁힐 때 우리에게 보이고 들리는 창조적 섬광과 마찰음이다."
책은 그런 실패와 성공의 역사를 담았다. 고대인의 동종포식(식인풍습)에서 시작해 영혼, 토테미즘, 공자와 플라톤의 사상, 중세 신학, 르네상스와 과학혁명, 계몽주의를 거쳐 최근의 세계화까지 인간 사고의 변천 과정을 조명한다. 저자는 "정신은 중요하고, 아이디어는 역사의 원동력"이라고 규정한다. 그러면서 생각의 핵심은 다양성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문화적 다양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저자는 문화가 "압도적으로 수렴적 추세를 보인다"며 "이대로라면 우리는 조만간 전 세계에 단 하나의 문화만을 갖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두꺼운 데다 읽기 수월한 내용의 책은 아니다. 하지만 몇몇 통찰과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책에 담겨있다.
홍정인 옮김. 808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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