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컵(구 FA컵) 결승전은 포항 스틸러스의 2024년이 고스란히 녹아든 한 편의 드라마 그 자체였다. 비관적인 전망 속에 출발은 의외로 괜찮았다. 희망을 키우려는 찰나 대위기가 찾아왔다. 정재희가 해결사로 등장했다. 교체 투입된 김종우와 김인성이 극장골을 합작했다. 정규리그는 6위까지 떨어졌지만 코리아컵 트로피를 쟁취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태하드라마'로 시작해서 '태하드라마'로 끝났다.
2023시즌을 마친 포항을 바라보는 시선은 우려 반과 더 큰 우려 반이었다. 상위 스플릿은 커녕 강등권 싸움을 할 수도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5년 동안 포항을 맡았던 김기동 감독이 FC서울로 떠났고 베스트11 중 절반이 이적했다. 포항의 레전드 박태하 감독이 12월 지휘봉을 잡았으나 개막까지 남은 시간은 2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 코리아컵 MVP 김인성은 "내가정말 강등을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걱정됐다"고 돌아봤다.
포항은 신기한 힘을 발휘했다. 시즌 초반 극적인 승부를 잇따라 연출했다. 포항은 올해 후반 30분 이후 19골을 넣었다. 리그 1위다. 추가시간에 터진 골만 8개다. 이 중 절반인 4골을 정재희가 기록했다. 박태하 감독의 용병술이 족집게처럼 들어맞았다. '태하드라마'라는 별명이 붙었다. 포항은 시즌 전 평가를 비웃으며 선두 싸움을 펼쳤다. 박태하 감독은 "준비하는 기간이 짧았다. 첫 경기(ACL 전북전)는 정말 골을 적게 먹어야 되겠다는 생각 먼저 들었던 게 사실이다. 뚜껑을 열고 들어와보니 해볼 만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환희는 오래 가지 않았다. 8월 들어 부상자가 속출하며 얇은 선수층 한계가 드러났다. 창단 첫 리그 6연패 수렁에 빠졌다. 돌파구가 안 보였다. 김종우는 "우리도 이런 적이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될지를 모르겠더라"며 당시 심정을 떠올렸다. 그래도 꾸역꾸역 버텼다. 전반기에 벌어 놓은 승점 덕에 상위 스플릿은 사수했다. 포항은 마지막 남은 희망인 코리아컵 결승전에 모든 것을 걸었다.
하지만 상대는 명실상부 국내 최강 울산 HD였다. K리그 3연패를 확정하고 '더블(2관왕)'을 노렸다. 단판승부는 모른다지만 객관적인 체급 차이는 뚜렷했다. 지난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코리아컵 결승전, 시작 휘슬이 울리자 포항이 밀리긴 했어도 이길 만하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기대가 커지려는 찰나 선제골을 얻어맞았다. 이후 포항은 울산의 노련한 경기 운영에 고전했다.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끌려다녔다. 패색이 짙어갈 즈음 또 정재희가 해줬다. 천금 동점골이 터지면서 분위기가 급격하게 반전됐다. 연장 후반 7분 김인성이 역전 극장골을 작렬했다. 결승전에서 다시 태하드라마가 쓰여진 것이다.
박태하 감독은 팬들에게 제일 먼저 고마워했다. 그는 "소감을 말씀드리기 전에 정말 많은 팬들이 이 추운 날씨에 저희 우승을 위해 응원 오셨다. 선수들 땀과 노력, 운도 따랐다고 보는데 팬 여러분들의 성원이 있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태하 감독의 전술적인 승부수도 적중했다. 평균 연령이 높은 울산의 약점을 잘 파고들었다. 체력이 떨어져 압박이 느슨해질 시점에 기술이 좋은 김종우와 발빠른 김인성을 넣었다. 박태하 감독은 "전반에 미드필드 싸움이 굉장히 어려웠다. 완델손과 미드필드 움직임 및 위치 변화를 준 것이 주효했다. 김인성이 정말 중요한 결정적인 시간에 멋진 마무리를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박태하 감독은 베테랑 선수들에게 큰 공을 돌렸다. 그는 "경험 많은 선수들이 없었다면 어쩔 뻔했나 아찔하다.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약체 평가를 뒤엎은 점에 대해서는 "정말 원론적인 소리가 아니라 다 선수들 덕이다. 팬 여러분들이 즐거워 해주시고 모든 구성원들이 즐거워하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일한다. 고맙고 감사하다"고 밝혔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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