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이런 선수를 그냥 벤치에 놀렸어?'
'황소'가 다시 에이스 모드에 돌입했다. 2024년의 마지막 경기. 그것도 자신이 평소 존경하며 따르던 선배, 한국 축구대표팀의 '캡틴' 손흥민(32·토트넘 홋스퍼)을 상대로 치른 '코리안 더비'였다.
이 경기에서 황희찬(28·울버햄튼)은 킥오프 7분 만에 벼락같은 선제골을 터트렸다. 지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 이은 2경기 연속 골. 팀내 최다 골을 넣었던 지난 시즌의 '에이스 모드'가 다시 시작됐음을 알렸다. 동시에 새로 팀의 지휘봉을 잡은 비토르 페레이라 감독의 '최애'로 등극하게 됐다.
황희찬은 30일 자정(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과의 2024~202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9라운드에 선발 출전했다. 이로 인해 마찬가지로 토트넘 선발 공격진에 포함된 손흥민과의 '코리안 더비'가 성사됐다.
황희찬의 선발 출전 자체에도 큰 의미가 있다. 지난 9월 브라이튼 앤 호브 앨비언과의 카라바오컵 경기 이후 무려 3개월 여 만의 공식전 선발이기 때문. 황희찬은 이번 시즌 게리 오닐 전 감독 체제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있었다.
지난 시즌에는 황희찬에 대한 애정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며 에이스 대우를 했던 오닐 감독은 이번 시즌에 완전히 달라졌다. 시즌 초반 황희찬이 부상 여파로 다소 부진하자 벤치에 밀어넣은 채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런 결정은 황희찬 뿐만 아니라 울버햄튼에도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 황희찬은 점점 폼을 잃어갔고, 17라운드까지 리그 마수걸이 골조차 넣지 못했다. 핵심공격수가 사라진 울버햄튼도 최하위권으로 추락해버렸다. 결국 오닐 감독은 지난 15일 경질되고 말았다. 울버햄튼은 당시 19위였다.
이후 울버햄튼 구단은 사우디아라비아 리그 알 샤바브를 지휘하던 페레이라 감독을 데려왔다.
울버햄튼은 이런 과정을 통해 반등의 실마리를 찾았다. 페레이라 감독은 부임 후 오닐 전 감독이 잘 쓰지 않던 선수들을 활용하며 팀에 시즌 첫 연승을 선물했다. 데뷔전이던 17라운드 레스터시티전을 3대0 완승으로 이끌더니 18라운드 맨유 전마저 2대0으로 승리하며 최하위권의 팀을 단숨에 15위권으로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황희찬의 역할이 다시 부각되기 시작했다. 페레이라 감독이 기회를 주자 황희찬이 날카로운 골 감각을 펼치기 시작했다.
지난 18라운드 맨유 전에서 1-0으로 앞선 후반 28분 교체 투입돼 시즌 1호 골을 터트렸다. 이어 3개월 만의 공식전 선발출전인 토트넘 전에서는 킥오프 7분 만에 선제골을 터트렸다. 황희찬은 페널티에이리어 오른쪽 모서리에서 얻은 프리킥 상황 때 페널티 아크 쪽에 있다가 동료가 밀어준 공을 빠르고 강한 오른발 슛으로 마무리했다. 골문 오른쪽 구석에 꽂혔다.
황희찬의 선제골로 초반 리드를 잡았던 울버햄튼은 끝내 승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그러나 얻은 게 많았다. 최종스코어는 2-2 무승부. 승점 1점을 챙기며 페레이라 감독의 '연속 무패'기록도 3경기로 이어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 황희찬이 긴 침묵을 깨고 리그 2경기 연속골을 가동했다는 점이 큰 의미가 있다. 이를 통해 페레이라 감독의 신임을 단단히 받게 된 것. 지난 시즌 오닐 감독이 보여줬던 바로 그 신뢰다.
실제로 페레이라 감독은 경기 후 황희찬에 대한 극찬을 쏟아났다.
페레이라는 "황희찬은 수준이 높고, 팀에 매우 중요한 선수이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어도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면서 "황희찬이 좀 더 자신감을 갖게 된다면 우리에게 더 많은 것들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황희찬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2경기 연속골 덕분에 페레이라 감독의 '최애 선수'가 됐다고 볼 만한 이야기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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