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광저우 헝다가 중국 축구를 망쳤다."
광저우FC 해체 소식을 접한 한 중국 네티즌은 텐센트에 이런 댓글을 달았다.
'광저우 헝다'로 잘 알려진 광저우FC는 중국 슈퍼리그 황금기를 대표하는 팀. 2010년 부동산 기업 헝다그룹이 인수한 뒤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면서 이른바 '황사 머니'를 주도했다. 헝다그룹 인수 직후 2부리그 우승에 이어 이듬해 1부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급기야 2013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현 ACL엘리트)에서 우승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2015년 다시 한 번 ACL을 제패하면서 아시아 축구계를 놀라게 했다.
선수, 지도자 면면 모두 화려했다. 다리오 콘카, 무리키, 헐크, 파울리뉴, 잭슨 마르티네스, 엘케손, 김영권, 박지수 등 내로라 하는 선수들이 이 팀을 거쳤다. 이장수 감독을 비롯해 마르첼로 리피, 파비오 칸나바로,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이 지휘봉을 잡기도. 정쯔, 장린펑, 황보원 등 중국 대표팀 선수 대부분이 광저우 소속이었다. 막대한 자금과 인기, 성적 등 여세를 몰아 10만명 수용 가능한 전용구장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해 화제를 모으기도.
그러나 이런 성공 신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2021년 모기업 헝다그룹이 막대한 부채를 이기지 못하고 파산한 게 시작이었다. 구단은 광저우FC로 이름을 바꾼 뒤, 신구장 부지를 공기업에 양도하고 외국인 선수 및 귀화 선수들과 결별하는 등 자구책 마련을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돈줄이 마르면서 스쿼드에는 경쟁력 없는 국내 선수들만이 남게 됐고, 결국 2022시즌 2부리그로 강등됐다.
2025시즌을 앞두고 광저우FC가 중국축구협회 재정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왕조 시절 투자했던 막대한 돈이 다 빚이었고, 이를 아직까지 제대로 갚지 못하면서 구단 운영이 총체적 난맥상에 빠졌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 와중에 광저우FC로부터 체불 임금을 받지 못한 웨이시하오 등 일부 선수들이 SNS를 통해 "몇 년째 체불 임금을 갚지 못하는 광저우FC가 작년엔 어떻게 재정 심사를 통과했나"라는 저격성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중국축구협회는 지난 9일 광저우FC와 더불어 창저우 슝스, 2부리그 소속 후낭 샹타오가 재정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3개 구단 선수들 모두 조건 없이 자유계약 신분으로 풀리는,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축구보 등 현지 매체들은 광저우FC의 부채 규모가 80억위안(약 1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광저우FC를 향한 동정의 시선을 찾기 쉽지 않다.
광저우FC는 천문학적 투자를 통해 구단 규모를 늘려 이슈몰이를 했다. 다른 구단들도 광저우FC의 성공에 자극 받으면서 대대적 투자를 했고, 중국 축구는 세계적 명장과 선수를 천문학적 금액으로 데려오는 블랙홀로 주목 받았다. 그러나 무분별한 투자가 계속되면서 각 구단의 재정 상태는 급속도로 악화됐고, 대부분의 팀들이 외국인 선수 또는 귀화 선수를 전면에 세우며 국내 선수 육성은 더욱 소홀해졌다. 광저우FC가 몰고 온 '황사머니 열풍'이 결국 중국 축구를 회복 불가능한 침체로 몰고 갔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광저우FC의 리그 퇴출에 대해 "중국 축구의 무분별한 지출에 종료 휘슬을 울렸다"고 촌평했다. 영국 BCC는 "영광의 극적인 몰락이자, 황사머니 시대의 끝"이라고 평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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