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나는 선수들을 믿고 있었다."
12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과 페퍼저축은행의 2024~2025 도드람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경기. 페퍼저축은행은 3세트까지 2-1로 앞섰지만 4세트에서 22-24 세트포인트까지 밀렸다. 디펜딩챔피언이자 올해도 우승에 도전하는 강호 현대건설. 그 팀에게 4세트를 내주면 5세트 분위기 싸움에서 밀릴 확률이 컸다.
하지만 기적이 일어났다. 외국인 선수 테일러의 연속 득점에 이한비의 서브 득점까지 터졌다. 그리고 마지막 주장 박정아가 상대 주포 모마의 공격까지 막아내며 반전 드라마가 완성됐다. 페퍼저축은행 선수들은 마치 우승한 것처럼 손에 손을 맞잡고 기뻐했다. 창단 첫 시즌 3승28패, 그리고 다음 두 시즌 연속 각각 5승에 그쳤던 꼴찌 막내 페퍼저축은행이 창단 첫 3연승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장소연 감독에게 "4세트 막판 5세트 준비를 하고 있었느냐"고 물었다. 22-24 스코어를 뒤집는 건 배구에서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 난감한 듯 웃은 장 감독은 "아니다. 나는 우리 선수들을 믿고 있었다. 선수들도 똑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어려운 순간들을 이겨내다 보니, 따라잡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코트에서 서로 믿고, 극복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며 흐뭇해 했다.
장 감독은 "3라운드 마지막 현대건설전, 그리고 4라운드 첫 경기인 IBK기업은행전 2경기 모두 풀세트 접전 끝에 이겼다. 그 속에서 선수들 사이 끈끈함, 믿음이 생긴 것 같다. 이기면서 결과를 얻어내니,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었다. 고기도 먹어본 자가 먹는다고, 선수들이 이기는 맛을 알았다"고 최근 상승세 원동력을 설명했다.
다른 팀들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기록, 3연승일 수 있지만 페퍼저축은행에는 새롭고, 위대한 역사다. 배구단 창단을 위해 엄청난 투자를 했는데, 최악의 성적표만 받아드는 동안 많은 구설 속에 힘든 시간을 견뎌야 했다.
이고은(현 흥국생명)발 희대의 보상 선수 재영입 해프닝, 베테랑 오지영의 후배 괴롭힘 사건 등 악재만 가득했다. 돈만 쓰고, 창단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한 페퍼저축은행이었기에 지금 이 순간이 꿈만 같다. 장 감독은 "많은 매체에서 우리가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고 한다. 자랑스러운 일이다. 물론 연승보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확 달라진 페퍼저축은행의 경기에 그동안 숨 죽이고 있던 팬들도 화답하고 있다. 현대건설전이 수원 원정 경기였음에도 많은 팬들이 경기장 한켠을 가득 채웠다. 장 감독은 "어려운 시절을 보냈는데 그 때도 우리 팀을 믿어주신 팬들이 있었다. 그 믿음 속에 최근 좋은 경기력이 나오는 것 같다. 팬들을 위해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며 변함 없는 응원을 부탁했다.
이제 4연승 도전이다. 16일 홈 페퍼스타디움에서 1위 흥국생명과 만난다. 강팀이지만, 최근 6경기 1승5패로 주춤하기에 페퍼저축은행도 충분히 해볼만 하다. 장 감독은 "식상한 얘기지만 많은 경기 중 하나다. 원정 연전을 치르고 홈으로 간다. 잘 준비해서 도전해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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