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거친 축구판에서 게이라는 게 들킬까봐 마약을 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한 '퇴출 심판'의 충격적인 고백에 발칵 뒤집혔다
지난해 11월 잉글랜드 프로경기심판위원회(PGMOL)는 중립성 의무 위반과 품위손상 행위논란을 불러 일으킨 데이비드 쿠트(43) 심판을 해고했다. 약 28일간의 조사 끝에 팀 편향성과 품위 손상 행위를 근거로 해고 판정을 내렸다.
PGMOL는 이 결정에 관해 '쿠트의 행동은 고용 계약 조항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으로 밝혀졌고, 스스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됐다'고 밝혔다. 2018년 4월에 EPL 심판으로 데뷔해 총 112경기에서 주심을 맡았던 쿠트 심판은 유독 리버풀의 경기에 불리한 판정을 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이 정도로는 퇴출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 달 초 한 영상이 SNS상에 유출되며 심각한 사건으로 커졌다. 2020년 경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영상 속에서 쿠트는 리버풀과 위르겐 클롭 감독을 향해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리버풀 지역과 독일 출신인 클롭 감독에 대한 혐오 발언이었다.
뿐만 아니었다. 쿠트 심판이 '마약'으로 추정되는 물질을 흡입하는 영상도 공개됐다. 유로2024 대회 기간에 저지른 일탈 행동이었다. 프랑스-포르투갈 8강전 VAR 보조 심판을 맡은 다음 날에 쿠트 심판이 달러를 말아 대롱을 만든 위 흰색 가루를 흡입하는 장면이었다.
PGMOL이 즉각 조사에 들어갔다. 클롭 감독에 대한 욕설은 사실이었고, 심지어 마약의 일종인 코카인을 흡입했다는 게 드러났다. 결과는 즉각 퇴출이었다.
퇴출 결정 이후 2개월 여가 지난 시점에 쿠트 감독이 현지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충격적인 '커밍아웃'을 했다. 자신이 게이이며, 이런 사실이 거친 축구계에 드러날까 두려워 마약에 손을 댔다는 것. 하지만 비난 여론은 오히려 더 커졌다. 불법행위에 대한 변명으로밖에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 대중매체 더 선은 28일(한국시각) '쿠트 전 심판은 자신이 게이이며, 거친 남성 위주의 축구계에서 자기 성 정체성을 숨길 수 밖에 없었고, 이것 때문에 후회할 만한 행동을 저질렀다고 고백했다'고 보도했다.
쿠트 전 심판은 "10대 시절에는 게이라는 사실에 큰 수치심을 느꼈고, 21살까지 부모님께 밝히지 못했다. 친구들에게는 25살이 될 때까지 커밍아웃을 하지 못했다"면서 "나는 젊은 심판으로서 감정과 성 정체성을 숨겼다. 심판으로서는 자질이 좋았지만, 인간의 자질은 끔찍했다. 그런 점이 나를 온갖 일탈 행위로 이끌었다"고 고백했다.
이미 오랫동안 EPL 무대에서 편파적인 판정 등으로 악명이 높았고, 마약 흡입에 불법 베팅 의혹까지 받고 있는 쿠트 전 감독의 뜬금없는 커밍아웃은 그다지 동정표를 얻고 있지 못하다. 그는 EPL 무대에서는 퇴출됐지만, 여전히 잉글랜드 축구협회(FA)와 유럽축구연맹(UEFA)에서도 불법적 행위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다. 자신의 일탈을 성 정체성 탓으로 돌리는 것은 사람들의 분노만 살 뿐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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