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오늘 레프트(아웃사이드히터, OH) 3명이 전멸이라…10점도 안되지 않나?"
애써 미소짓는 70세 노장의 부글부글 끓는 속이 엿보였다. 어느덧 멀어진 봄배구의 현실, 미간에서 답답함이 묻어났다.
IBK기업은행은 8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V리그 5라운드 GS칼텍스전에서 세트스코어 0대3으로 셧아웃 완패했다.
앞서 4라운드 전패, 7연패의 악몽이 되살아날 기세다. 페퍼저축은행전 승리로 간신히 연패를 끊었지만, 다시 현대건설에 이어 꼴찌 GS칼텍스에게마저 무너지며 장기 연패가 재연될 위기다.
경기 후 만난 김호철 기업은행 감독은 "GS칼텍스가 오늘 잘했다. 안혜진이 들어오면서 플레이가 빨라져 우리 선수들이 적응하는게 쉽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3명이 합쳐 10점도 안되니까, 빅토리아 혼자 시합하느라 힘들었을 거다. 실바처럼 능구렁이 같은 부분도 없이 힘으로 때리는 선수니까"라며 한숨을 토해냈다.
이날 연봉 7억원의 이소영은 3득점(공격 성공률 16.67%), 4억5000만원의 황민경은 무득점(0%), 1억1000만원의 육서영이 4득점(23.08%)을 기록했다. 세 선수 합산은 7득점, 블로킹 득점 0, 유효 블로킹 5개, 공격 효율은 -15.38%. 가히 충격적인 성적표다.
공격수만의 문제는 아니다. 기업은행은 주전 세터 천신통이 부상을 이유로 중국으로 돌아감에 따라 선수단 운영이 더 어려워진 상황. 김하경 김윤우 최연진 3명의 새터를 돌려가며 쓰는 것도 만족스럽지 않음은 물론이다. 김호철 감독은 "지금 잘한다 못한다 할 때는 아니고, 있는 선수들을 믿고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338일만에 세터로 선발출전한 GS칼텍스 안혜진의 기민한 몸놀림과 한층 대조적이었다. 올시즌 득점 1위를 다투는 실바와 빅토리아에게 제공되는 환경의 차이가 눈에 띄었다. 토스가 거듭 낮게 오면서 제대로 때리지 못하는 볼이 많아지자 빅토리아는 급기야 자리에 주저앉아 좌절하는 모습도 보였다.
분명 OH 간의 차이도 현격했다. GS칼텍스는 권민지가 11득점(29.17%) 유서연이 10득점(34,78%)을 올리며 팀 분위기를 주도했다. 경기 후 만난 안혜진은 "역시 호흡을 오래 맞춰봐서 눈빛만 봐도 안다"며 웃었다.
3라운드까지 기업은행의 승점은 31점. 정관장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봄배구를 겨냥할 만 했다. 하지만 이후 9경기에서 승점 6점을 추가하는데 그치면서, 봄배구의 꿈은 신기루처럼 흩어지고 있다.
이영택 GS칼텍스 감독도 "1~2세트는 우리가 하고 싶은대로, 준비한 대로 잘 풀린 경기"라고 돌아봤다.
"전반기에 14연패도 하고, 아쉬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다. 남은 9경기 최선을 다하겠다. 후반기 들어 성적이 좋아지면서 팬들이 많아지더라. 납득할 수 있는 경기 보여드리고 싶다."
장충=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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