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어렵지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토트넘 홋스퍼가 아무리 깎아내리고 지우려 해도 '캡틴의 품격'은 사라지지 않는다. '캡틴' 손흥민(33)이 영국 국왕 찰스 3세와의 접견에서 당당함과 자신감을 과시했다. 팀의 어려운 사정을 솔직히 인정하면서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팀의 대표다운 품격을 보여줬다.
영국 매체 풋볼런던은 13일(이하 한국시각) '손흥민이 토트넘 구단을 대표해 영국 국왕 찰스 3세를 접견했다'고 보도했다. 찰스 3세는 지난 12일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방문했다. 목적은 토트넘 구단이 진행하고 있는 지역 아동 지원 사업 등을 통해 만들어지는 긍정적이고 경제적인 영향력을 격려하는 차원이었다.
토트넘 구단은 수 년 전부터 지역사회 부흥 사업을 진행해왔다. 특히 미국 프로풋볼(NFL)과 연계해 구장에서 NFL 경기를 열고, 이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금을 런던의 소외 지역 재생 및 아동 지원사업에 사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실제로 경제적인 가치가 증대됐다. 토트넘은 2026~2027시즌까지 연간 약 5억 8500만 파운드(약 1조 590억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4300개의 직·간접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플랜을 가동 중이다. 현재까지 거둔 성과만 해도 3억4400만 파운드(약 6228억 원)의 가치를 지녔다. 일자리도 3700여개나 만들었다.
이에 찰스 3세가 직접 토트넘 홈구장을 방문해 토트넘 보드진과 선수들을 격러하게 됐다. 이 자리에는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과 남자팀 주장 손흥민, 그리고 여자팀 주장인 배서니 잉글랜드 등이 참석했다.
영국 국왕을 실제로 알현하고 대화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평생 마주치지 못하는 영국인이 대다수다. 그러나 '캡틴' 손흥민은 팀을 대표하는 위치에서 당당하게 찰스 3세와 대화했다. 손흥민이 먼저 고개 숙여 인사하자 찰스 3세는 "주말에 어떤 팀과 경기를 하는가"라고 물었다. 손흥민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고 답했다. 찰스 3세는 곧바로 "잘될 것 같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손흥민은 미소지으며 "그랬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답했다.
현재 리그 14위의 토트넘은 17일 새벽 1시30분 홈구장인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리그 13위 맨유를 상대한다. 대단히 중요한 경기다. 토트넘이 승리하면 순위 역전이 가능하다. 맨유(승점 29)와 토트넘(승점 27)의 승점 차는 단 2점이다.
만약 지면 재앙과 같은 상황에 빠진다. 바로 강등 위험권으로 추락할 수 있다. 현재 14위 토트넘부터 16위 웨스트햄까지 모두 승점 동률이다. 그 아래에 17위 울버햄튼(승점 19)이 있고, 18위 부터는 리그 강등권이다.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 '부상 악령'이 토트넘의 발목을 계속 붙잡고 늘어지고 있다. 찰스 3세는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 지 "현재 팀 상황이 어떤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손흥민은 "우리
는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열심히 노력 중입니다"라고 담담하지만 당당하게 답해 찰스 3세의 미소를 이끌어냈다.
찰스 3세는 손흥민이 영국에 온 지 몇 년이나 됐는지도 물었다. 손흥민은 "이제 10년이 됐습니다"라고 답했다. 강산도 변할 세월이다. 그 세월 동안 손흥민은 헌신적으로 토트넘을 위해 뛰며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남은 시간은 길지 않다. 토트넘은 내년 6월까지 계약이 연장된 손흥민을 이번 여름 이적시장 쯤 팔아치울 궁리만 하고 있다.
찰스 3세가 자신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당당히 말했던 '한국인 캡틴'이 몇 달 뒤 팔려나간다는 걸 알게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 지 궁금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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