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배구 여제' 김연경(흥국생명) 은퇴가 현실로 다가왔다. IBK기업은행이 '은퇴 투어' 스타트를 끊었다. 갑자기 소식을 접한 IBK기업은행은 준비 기간이 촉박했지만 최대한 성의를 보였다.
여자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은 16일 경기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5라운드 흥국생명전 종료 후 '김연경 은퇴 행사'를 간단하게 실시했다. 경기는 흥국생명이 세트스코어 3대0(25-23, 25-12, 25-20)으로 완승했다. 김연경은 15점을 폭발했다.
레전드 예우다. 리그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슈퍼스타가 은퇴를 예고하면 상대팀이 해당 구장을 마지막으로 방문하는 경기에 작은 이벤트를 마련하는 관례가 있다.
다만 김연경이 은퇴를 갑자기 발표한 탓에 IBK기업은행은 준비 기간이 짧았다.
앞서 김연경은 지난 9일 선배 김해란의 은퇴식 행사에서 "곧 따라가겠습니다 언니"라고 말해 마지막을 암시했다. 이후 13일 GS칼텍스전이 끝나고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결심했다"고 선언했다.
흥국생명은 14일 IBK기업은행에 협조를 구했다. IBK기업은행은 이틀 만에 준비 가능한 아이템을 찾아 선물을 마련했다.
당초 흥국생명 측은 약소하게 꽃다발 정도만 부탁했다고 전해졌다. 그러나 IBK기업은행 입장에서도 '레전드' 김연경의 마지막 화성 경기를 대충 준비할 수 없었다. 공교롭게 6라운드 흥국생명전은 인천 원정이었기 때문에 이날이 김연경의 마지막 화성 방문이었다.
IBK기업은행은 김연경 마킹 유니폼을 특별 제작해 공수했다. 거창한 기념품을 마련하기 어려웠지만 선수단 전원이 친필 사인과 응원 문구를 적어 기념 액자로 만들었다. 또한 이날 3945석을 가득 채운 팬들에게는 좌석 추첨을 통해 경기 사용구와 친필 사인 유니폼을 증정했다.
적장이자 역시 남자배구의 레전드였던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도 아쉬움을 삼켰다. 김호철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배구를 위해서 계속 체육관에 남아줬으면 좋겠지만 본인이 힘이 든 모양이다. 결정을 했으니까 존중해줘야 한다. 그동안 한국 배구 위해 고생해줘서 고맙다. 선수를 그만두고 다음에 하는 일도 잘 됐으면 한다"고 응원했다.
한편 흥국생명은 이날 승점 3점을 보태 정규시즌 우승에 성큼 다가섰다. 24승 5패 승점 70점을 쌓아 2위 현대건설과 차이를 14점으로 벌렸다. 4위 IBK기업은행은 승점 추가에 실패, 3위 정관장과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정관장에 승점 18점 뒤진 IBK기업은행은 봄배구 전망이 어두워졌다.
화성=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